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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단독] 감사위원 모르게 ‘승인’…‘전현희 보고서’ 결재 전산조작

등록 2023-06-21 05:00수정 2023-06-23 09:45

서울 삼청동 감사원.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서울 삼청동 감사원.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감사원의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감사 결과가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의의 최종 확인 없이 시행·공개됐다는 논란이 이는 가운데, 감사원의 전자문서시스템에 등록된 이 보고서가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이 최종 결재한 것처럼 ‘승인’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위원은 등록·공개된 보고서를 사전에 최종 확인하지도, 전자문서시스템에서 ‘열람’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사무처가 임의로 전산을 조작해 승인 처리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감사원 전자문서시스템상 전현희 위원장 관련 감사 보고서의 진행 상태는 ‘승인’ 단계다. 이 사건의 주심인 조은석 위원이 이 보고서를 읽고 확정한 것처럼 처리된 것이다. 하지만 앞서 조 위원은 지난 12일 감사원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사무처가 권익위에 전달하고 언론에도 공개한 최종 보고서는 감사위원들이 확인하지 않은 것이라며 유병호 사무총장과 사무처의 절차 위반을 주장한 바 있다.

사무처는 감사원 내부 규정을 들어 감사 결과 시행에 있어 주심 위원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무총장의 결재만 있으면, 보고서가 최종 확정되고 향후 절차엔 문제가 없는 것처럼 설명한 것이다. 또한 주심 위원의 ‘열람’은 단순히 수정안을 읽는 행위일 뿐 결재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감사원은 전자정부법과 ‘행정효율과 협업촉진에 관한 규정’ 적용을 받기 때문에, 모든 문서의 기안·결재 등을 전자문서시스템으로 처리한다. 이에 따라 감사위의 요구에 따라 수정을 완료한 최종 보고서가 전자문서시스템에 등록돼 주심 감사위원이 ‘열람’을 클릭하면 결재내역에 ‘결재완료’로 등록되고, ‘반려’를 누르면 ‘결재반려’로 등록된다. 사무처의 설명과 달리, 감사위원의 열람 확인이 곧 최종 결재의 의미를 띠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자문서시스템에서 최종 보고서를 읽지도 않은 조 위원이 감사 결과 시행을 허락한 것처럼 ‘승인’ 처리가 된 것은 전산상 감사위원의 최종 확인 없이는 추후 절차를 밟을 수 없기 때문에 사무처가 조치를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더구나, ‘승인’ 처리는 이번 전현희 위원장 감사 결과 보고서에만 이례적으로 적용된 것이라 그 배경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한 전직 감사위원은 “내부 결재 절차가 적법하게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고서가 공개됐기에 ‘승인’ 표시를 넣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사무처 차원의 범죄 행위에 가깝다. 사무총장의 지시 없이는 이런 일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쪽은 전자문서시스템에서 전 위원장 보고서 ‘승인’ 표시가 된 경위를 묻는 <한겨레>에 “현행 규정상 감사 보고서 최종 결재 권한은 사무총장에게 있고, 주심 위원 열람은 결재 절차가 아니다”라며 “전산 시스템상 주심 위원의 열람이 ‘결재와 동일한 방식’인 것처럼 구현(버튼 클릭)돼 있는 등 현행 규정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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