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말길은 열렸는데, 목표가 안 보인다.”
28일 출범 두달을 맞은 박광온 원내대표 체제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비이재명계(비명계)인 박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와 함께 당의 ‘투톱’으로 자리매김한 두달 새 ‘이재명 일극체제’가 다소 완화됐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다만 당내에서는 계파 간 긴장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대여투쟁의 방향은 흐릿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광온호’ 출항 뒤 민주당 내부에서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건 당내 소통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박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달 3일 쇄신 의원총회(의총)를 시작으로 두달 동안 일곱 차례 의총을 열었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 등 민주당을 둘러싼 악재가 곳곳에서 터진 상황에서 의원들이 당 쇄신 요구와 자성의 목소리를 분출할 공간이 마련된 셈이다.
비명계 초선 의원은 “이전까지는 의총이 형식적이어서 언로가 막혔단 느낌이 들었고, 의원들이 발언할 생각조차 하기 어려웠다”며 “(박 원내대표가) 갈등과 분열로 치닫지 않으면서 무게중심을 잘 잡고 있다”고 말했다. 친이재명계(친명계) 한 의원도 “의총에서 의원들이 허심탄회하게 목소리를 내면서 마음이 모이고 있다 본다. 박 원내대표가 원칙을 지키면서 이 대표와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주류의 말문이 트이면서 당내 세력 구도와 의견 지형도 재편됐다는 해석도 있다. 의총뿐 아니라 친명계 일색이던 지도부 회의에서도 ‘이견’이 자주 나온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비명계인 고민정 의원을 제외한 최고위원들은 모두 ‘친명’을 자처하며 당선됐는데, 지난 3월 비명계인 송갑석 의원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자리 잡고 박 원내대표까지 최고위에 들어와 지도부에 ‘레드팀’이 구축됐단 평이다. 고민정·송갑석 최고위원은 ‘김남국 논란’ 등이 있을 때 공개적으로 자성의 목소리를 냈고, 박 원내대표는 비공개회의에서 친명계의 ‘대의원제 폐지’ 주장을 반박하거나 기존 지도부가 미온적이었던 ‘선거제 개혁’에 대해서도 적극 의견을 냈다고 한다.
다만 원내지도부가 당 내부를 쇄신하는 데 에너지를 쏟으면서 정작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짚을 거대야당의 동력은 떨어졌다는 우려도 당내에서 제기된다. 박홍근 전 원내대표 체제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 김건희 여사·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등 선명한 대여투쟁에 나선 것과 대조된다는 지적이다.
한 재선 의원은 “야당 입장에서 정부 견제에 나서야 하고 정치의 핵심 이슈를 선점해 끌고 나가야 하는 부담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현 체제는) 미흡하다. 총선 전 마지막 국회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데 목표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내지도부 역시 이런 고민을 염두에 두고 있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정기국회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력을 끌어올릴 명확한 타기팅이 필요하다”며 “여기서 박광온 체제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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