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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황제테니스’ 베일 속 진실게임

등록 2006-03-20 18:53수정 2006-03-20 22:02

20일 오전 남산 실내테니스장을 열린우리당 ‘황제테니스 진상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는 가운데 테니스장엔 테니스공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20일 오전 남산 실내테니스장을 열린우리당 ‘황제테니스 진상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는 가운데 테니스장엔 테니스공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풀리지 않는 의문들
20일 이명박 서울시장이 ‘황제 테니스’ 파문을 적극 해명하고 나섰지만,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테니스장 사용료를 낸 주체나 돈의 출처, 황제테니스를 주선한 이들과 이 시장의 관계 등은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2천만원 대신 낸 뒤 동호인들 갹출” 이해안가

잠원동 개장하기도 전 시범경기 ‘지대한 관심’

거액 사용료 전직 선수가 홀로 대납?=서울시는 “이 시장이 테니스를 직접 친 사용료는 모두 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시장은 이날 “개인 통장을 관리하는 비서가 뒤늦게 사용료 문제를 제기해서 2003년 4월~2005년 12월 51회분의 사용료 600만원을 개인돈으로 냈다”고 밝혔다. 또 이 시장은 “동호인들도 (자신들의 몫인) 2천만원을 냈으며 동호인모임의 총무가 먼저 내고 다른 사람들한테 받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모임의 팀장(총무) 격이었다”는 안아무개(49·여)씨도 “테니스장을 관리하는 한국체육진흥회 쪽에서 사용료를 안 내면 언론에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해 내가 지난해 12월20일께 2천만원을 먼저 냈고, 나중에 동호인들한테 받기로 했다”며 “이 시장에게 사용료를 내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씨는 석달이 지난 지금까지 다른 동호인들로부터 전혀 돈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안씨는 “어린 후배들이라서 당장 돈을 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닌데다 서로 그 정도의 믿음은 있다”고 말했다. “여럿이 모아 2천만원을 낼 형편이 아닌 이들”을 대신해 먼저 돈을 낸 안씨의 직업은 주부이자 보험설계사다.

이 시장의 과도한 ‘테니스사랑’=잠원동 실내테니스장 건립 과정은 이곳에 테니스장을 지으려 한 이 시장의 의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건설업계엔 “학교용지에 들어서는 건물 공사는 맡지 말라”는 불문율이 있다. 건축 허가가 나기 어려운 탓이다. “가설건축물 형태로 잠원동 실내테니스장을 지었다가 나중에 학교가 지어지면 학교시설의 일부로 활용할 계획”이라는 서울시의 해명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나중에 학교시설로 편입된다면 “국제 수준의 최첨단 실내테니스장을 짓고 싶었다”는 이 시장의 말과는 배치된다. 게다가 이 시장은 잠원동 테니스장이 문을 열기도 전에 시설 점검의 이유로 지난 2월말 미리 경기를 즐겼다. 이 시장이 잠원동 실내테니스장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황제테니스 의전 떠안은 시체육회=서울시체육회 간부였던 이아무개씨가 이 시장의 남산 테니스장 사용을 주선한 것은 2005년 2월부터다. 한달 뒤인 3월 이씨는 신설된 연봉 9860만원의 상임 부회장직으로 승진했다. 이씨는 이 시장 비서실의 연락을 받고 테니스장을 예약하고 시장의 경기 상대를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이씨가 2005년 하반기에 테니스장을 주말에 8시간씩 예약한 사실은 정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의해서도 확인됐다.

이 시장의 ‘테니스 의전’에 깊숙이 간여한 이씨가 시체육회 상임부회장직을 맡고 난 뒤, 시체육회는 도봉구 창동 실내테니스장의 운영권을 맡았다. 이후엔 서초구 잠원동 실내테니스장의 운영까지 추진했다. 서울시는 ‘전문적 관리’를 이유로 잠원동 테니스장을 시체육회에 맡겨야 한다는 공문까지 서초구청에 내려보낸 바 있다.

이명박(가운데)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황제 테니스’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을 하러 정태근(오른쪽) 정무부시장과 함께 서울시청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이명박(가운데)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황제 테니스’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을 하러 정태근(오른쪽) 정무부시장과 함께 서울시청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베일 속 인물은 없나?=이 시장은 또한 “함께 테니스를 친 동호인 가운데 기업가·사업가는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남산 테니스장에 처음 초대한 선아무개 전 서울시테니스협회장은 도로표지판 사업 등을 벌이는 사업가였다. 선씨가 다른 기업가들을 불러서 소개하는 등 로비를 벌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 시장은 “선씨가 과연 (로비를 벌일 만한) 주제가 되는 인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선씨는 2003~2004년 이 시장의 황제테니스를 처음 시작한 인물임에도 2005년 3월께부터는 모임에서 빠졌다. 1년여 동안 테니스를 치며 친분을 다졌던 선씨가 갑자기 무대에서 사라지고 사용료 잡음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 선씨나 이씨 등이 밝힌 이 시장의 경기 상대는 현직 실업팀 감독 ㄱ씨 ㅅ씨, 선수 출신 ㄱ씨 ㅊ씨 ㅇ씨 ㅎ씨, 대학교수 ㄱ씨 ㅈ씨, 의사 ㅇ씨 등이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 시장의 경기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 이 시장은 1년 이상 테니스를 함께 친 선씨의 이름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등장한 인물이 전부라는 이 시장 쪽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다.

이유주현 조혜정 조기원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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