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11일 오전 대구 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 가치 중 자유를 하나 쏙 뽑아서 올인하는, 무한 반복하는 분”이라며 “보수정치인이라고 해서 자유만 추구하고, 인권·환경 등 관심 없으면 그건 보수가 아니라 가짜 보수”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당 바로 세우기’(정바세·대표 신인규 변호사)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우리나라 대한민국 헌법에는 자유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평등을 얘기한다. (헌법에는) 공정과 정의가 있고, 인권과 법치·생명·안전·환경·복지 등 아주 소중한 가치를 다 얘기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바세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당대표 해임을 반대하는 책임당원 모임인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가 이름을 바꾼 모임이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가짜 보수냐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는 대통령에게 바로 대놓고 가짜 보수라고 하진 않았다”면서도 “다만 자유, 자유시장경제, 성장 등 입맛에 맞게 편식하는 정치인은 진정한 보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은 자유를 얘기하는데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자유인지, 누구는 더 자유롭고 누구는 덜 자유롭지 않으면 안 되지 않냐. 또 공정과 상식을 얘기하는데 대통령이 (다른) 중요한 헌법 가치에 대해 천착하고 애착하고 국정에 실현되도록 하는지는 굉장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해 참사를 대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를 두고는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수해도 대통령부터 내 책임이라고 하고 사과하고, 공무원들의 잘못을 물어야 영이 선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이 유체이탈 화법을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폭우에 따른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내세운 3대 개혁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연금·교육개혁 한다고 떠드는데 뭐가 개혁됐냐. 연금개혁은 시작도 안했다”라며 “우리나라의 미래 중 아주 작은 부분이 연금개혁이고, 실업급여로 난리가 났는데 그중의 일부다. 가장 근본적인 건 인구위기인데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 공천에 혈안이 된 양당에 비판도 내놨다.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사람들은 용산 대통령 부부한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게) 공천에 목메서 그러냐”며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표한테 찍히면 공천 못 받는다고 하니까 이 대표가 (대선까지) 갈 거 같으니까 (잘 보이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또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철저한 지배를 받는 국민의힘 공천도 윤 대통령의 의중에 달렸을 것이다. 이 대표에게 쩔쩔매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라며 “두 정당이 그러니까 정치가 양극화되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람들이 설 땅이 없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여당 내부에서 자신의 쓴소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 “국민의힘에서 저한테 하루에 한 번씩 욕하는 재미로 사는 분이 있는데, (욕하면 공천에 이득이 되는) 공천 마일리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한편 유 전 의원은 내년 총선과 관련해 “출마를 할 건지, 출마하면 어디를 할 건지, 신당을 할 건지, 국민의힘에 남아있을 건지 정해진 건 아무 것도 없다”며 “보수 정치를 어떻게 바꾸느냐가 정치적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백지상태에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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