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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툭하면 “직 걸겠다”는 장관·의원…토론 없이 배수진만

등록 2023-07-24 18:31수정 2023-07-25 02:48

장제원·원희룡·박민식 등 줄줄이 직 내걸어
‘한동훈 발언’ 원조…여당 내부서도 “부적절”
지난 3월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시 행안위원장이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시 행안위원장이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장관들과 여당 의원 사이에서 “직을 걸겠다”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있다. 공직자들이 논란이나 쟁점 사안에 퇴로를 닫은 채, 직을 담보로 배수진만 치는 모양새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공직자가 도박판 판돈처럼 가볍게 여기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3일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8월 통과’를 전제조건으로 “민주당이 법을 통과시켜 준다면 민주당이 그토록 원했던 과방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지난 4월 제출한 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여야 이견으로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자, 위원장 사퇴 카드로 법안 통과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을 두고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돌연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며 직을 걸었다. 그는 지난 6일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그곳(종점이 바뀐 경기 양평 강상면)에 있었다는 것을 인지했다면 장관직뿐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같은 날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역시, 이명박 정부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된 고 백선엽 장군을 놓고 “친일파가 아니다. 제 직을 걸고 이야기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직을 걸겠다’는 발언으로 주목받은 이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앤장 변호사들과의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제기되자, “그런 비슷한 술자리에 10년 이내에 가본 적이 없다”며 “법무부 장관직을 포함해 앞으로 정무직이라든가 뭐든 다 걸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장관들의 유사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장관이나 정치인이 ‘직을 걸겠다’고 극단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두고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현안에 대해 과격한 메시지, 배수진을 치는 분위기가 내각과 여당 안에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직을 걸겠다’고만 하면 사안에 대한 해명도 되지 않을뿐더러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주체들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여당 내에서도 공직자들의 이런 발언에 “무책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그만큼 강한 의지를 밝힌다는 뜻이겠지만, 공직자가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함부로 걸겠다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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