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7일 노동당 본부청사 집무실에서 세르게이 쇼이국 러시아 국방장관을 만나 담화를 나누고 오찬을 함께 했다고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7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따로 만나 “국방안전 분야 협조를 가일층 발전시키는 문제들을 진지하게 토의했다”고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27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조국해방전쟁 승리 70돌 경축 열병식”에 참석했으나 공개 연설을 하지는 않았다.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일(1953년 7월27일)을 ‘조국해방전쟁 승리’ 곧 ‘전승절’이라 부른다.
김 위원장은 ‘전승절’ 경축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한 쇼이구 장관을 27일 노동당 본부청사 집무실에서 따로 만나 “동지적인 분위기”에서 “호상(상호) 관심사로 되는 중요 문제들에 대해 구체적이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며 신문이 이렇게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쇼이구 장관과 따로 점심 식사를 한 데 이어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위한 연회도 주최했다. 쇼이구 장관은 27일 김 위원장이 참석한 ‘조국해방전쟁 승리 70돌 기념보고대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축하연설’을 대신 읽었다. 2012년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외국 사절의 공개 연설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이례적 장면이다.
김 위원장은 26~27일 중요 행사를 쇼이구 장관과 함께하며 두드러지는 밀착 행보를 보였다. 26일 쇼이구 장관 등 러시아 군사대표단과 ‘친선담화’ 및 ‘무장장비전시회-2023’ 동행 방문, 27일 쇼이구 장관과 단독 담화·오찬, 러시아 군사대표단 연회 등으로 공을 들였다. 반면 노동신문 보도를 보면, 중국 당·정 대표단을 이끌고 26일 방북한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 부위원장은 쇼이구 장관이 없는 곳에서 김 위원장을 따로 만난 적이 없다. 더구나 중국 당정 대표단을 위한 연회는 노동당 중앙위 상무위원인 김덕훈 내각총리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주최했다.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위한 연회를 김 위원장이 직접 주최한 사실과 극적으로 대비된다. 김 위원장의 이런 ‘쇼이구 챙기기, 리훙중 홀대’는 북-중 및 북-러 관계와 관련해 주목할 대목이다.
북한이 '전승절'이라 부르는 정전협정 체결 70돌 경축 열병식이 27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전승절’(정전협정 체결 기념일) 70돌 ‘경축 열병식’에서 “전략무인정찰기와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가 열병 광장 상공을 시위비행했다”고 신문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편, 김 위원장은 27일 밤 열병식에 참석했으나 2013·2014년 ‘전승절 열병식’ 때와 마찬가지로 공개 연설은 하지 않았다. 열병식에선 “전략무인정찰기와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가 열병 광장 상공을 시위비행했다”고 신문이 보도했다. 전날 ‘신행무장장비전시회-2023’ 때 처음 공개된 무인기다. 이밖에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과 ‘화성포-18’형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 등 첨단 무기도 열병식에 등장했다. 이미 시험발사나 수중폭발 시험을 통해 존재가 확인된 것들이다.
강순남 국방상은 열병식 연설에서 “미제와 ‘대한민국’의 역적들이 우리 국가의 ‘정권종말’까지 떠들면서 미친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미제는 우리에게 핵을 사용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선택의 여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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