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팔짱을 낀 채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감사원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의 주심위원이었던 조은석 감사위원을 수사의뢰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 등이 전 전 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 결재조작 등과 관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탓에, 화살을 조 위원에게 돌려 ‘수사 물타기’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20일 한겨레에 “조은석 위원과 관련한 감사원의 수사 요청이 검찰에 접수됐다”고 밝혔다. 조 위원의 수사 요청은 감사원 ‘내부 논의사항 유출 등에 대한 진상조사 티에프(TF)’의 조사에 따른 것으로, 조 위원에게 공무상비밀누설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6월9일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 주도로 이 티에프를 꾸린 뒤, 전 전 위원장의 감사보고서가 공개되기 전 감사위원회의의 심의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과정과 결재 조작 등 이 감사와 관련한 전반적인 논란을 살펴보기로 했다. 조 위원이 받는 혐의로 미뤄 보면 감사원은 조 위원을 ‘유출자’로 보는 한편, 조 위원이 이 보고서에 전산상 ‘열람 결재’를 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애초 이 티에프는 구성될 때부터, 전 전 위원장 감사보고서 최종 확정·시행 과정이 위법하다고 지적한 조 위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었는데, 공교롭게도 티에프는 조 위원만 수사 요청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조 위원은 사무처가 수정한 최종 감사 보고서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산 시스템이 조작된 채 보고서 공개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감사원도 이미 지난 6월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결재 조작을 시인한 바 있다. 최재해 원장은 “주심위원이 결재를 안 하는 상태였다”며 “시스템을 관리하는 부서에 요청해 (전자결재 시스템에) ‘승인’으로 뜨게 됐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조 위원이 보고서를 수차례 열람했다”고 주장했지만, 조 위원은 현재 공개된 보고서는 열람하지 못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 위원 수사 요청의 최종 결재자가 최 원장인 것으로 알려져,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원장은 유 사무총장 등과 함께 전 전 원장 감사보고서 결재조작에 관여하는 등 이 티에프의 조사 대상인데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기도 하다. 공수처는 지난 6일 감사원을 압수수색하는 등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이 전 전 위원장을 ‘표적 감사’한 의혹과, 조 위원이 하지 않은 ‘열람 결재’를 한 것처럼 조작한 정황 등을 수사 중이다.
감사원 사무처 관계자는 수사 의뢰 경위 등을 묻는 한겨레 질의에 “감찰 관련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