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 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9일 불법 사금융 범죄에 대해 “약자의 피를 빠는 악질적 범죄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죄를 평생 후회하도록 강력하게 처단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사금융 피해가 너무 심해 노예화·인질화까지 벌어지는 등 집단화·구조화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인권 등 근본적인 헌법 가치가 훼손돼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관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불법 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불법 사금융을 끝까지 처단하고, 이런 불법 이익을 남김없이 박탈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자리에는 불법 사금융 피해자와 금감원 상담원 등이 참석해 피해 경험과 현장 의견을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빚 독촉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수원 세 모녀 사건’ 등 불법 사금융 피해사건을 언급하며 “고리 사채와 불법 채권추심은 정말 악독한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범죄는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고, 인권을 말살하고, 가정과 사회를 무너뜨리는 아주 악랄한 암적 존재”라며 “(불법 사금융 범죄를) 방치하고 완전히 퇴출시키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가 자유민주주의 사회라고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검찰, 경찰, 국세청, 금감원 등 관계 부처에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필요하면 법 개정과 양형기준 상향도 추진하라”며 “불법 사채업자들의 범죄수익은 차명재산까지 모조리 추적해 환수하고, 특히 국세청은 강력한 세무조사로 불법 사금융으로 얻은 수익을 단 1원도 은닉할 수 없도록 조치하라”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복현 금감원장, 박세현 대검찰청 형사부장, 김창기 국세청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은 다각적인 피해 구제도 당부했다. 그는 “환수된 범죄수익을 피해자들의 구제에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비롯해 피해자들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배상받을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함께 강구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법이 정한 추심 방법을 넘어선 대부계약은 효력이 없다. 이자뿐 아니라 원금까지 그 자체가 무효”라며 “모든 관계기관은 팀플레이로 불법사채업자에 대한 정보 공유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대검찰청은 불법 사금융 관련 형사사건의 유형별 선고형량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중형이 선고되도록 양형 자료를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민생 약탈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은 윤 대통령의 민생 행보라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 10월 국무회의에서 전세 사기 범죄 또한 악질적 범죄로 규정하며 “전세사기범과 그 공범들을 지구 끝까지라도 추적해 반드시 처단하라”고 지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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