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정부의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 결정을 두고 “최소한의 순수 방어적인 조치”라며 “수도권 2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26일 말했다.
조 실장은 이날 연합뉴스 티브이(TV)에 출연해,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남북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전투기·정찰기 등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9·19 군사합의 1조3항 효력정지안을 재가한 것과 관련해 “북한은 핵무기 말고도 장사정포를 갖고 전 수도권을 사정거리에 넣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조 실장은 이어 “우리 군이 장사정포에 대한 대항능력을 키우기 위해 상시 감시를 하고 타격 조짐이 보이면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놨는데 (9·19 군사합의 때문에) 못한 것이다. 2018년 9월 시점 군단급 무인기는 이미 실전 배치가 돼 있었고, 사단급 무인기의 실전 배치를 한 달쯤 앞두고 있었을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9·19 군사합의는 우리에게 굉장히 불리한 합의다. 이것을 (전임 정부의) 업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실장은 또 지난 15~18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기대감을 모았던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것에는 “일정이 맞지 않아서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으로 봐서는 (한국과) 조금 게임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전체적인 (대중 관계) 관리는 웬만큼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우리가 의장국을 하는 동안, 4년 동안 안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를 열면 저희로서는 큰 의미가 있고, 외교 성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은 3국이 번갈아 맡는다. 하지만 한국이 의장국이 된 2020년부터 코로나19와 한일 관계 악화 등으로 열리지 않아, 의장국도 이 회의가 열려야 바뀌게 된다. 조 실장은 시진핑 주석의 방한도 “한·일·중 정상회의를 먼저 하고 나서, 그다음 수순으로 저쪽에서 생각할 것 같다”고 했다. 조 실장은 이날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정상회의 일정 조율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실장은 오는 28일 밤 결론나는 2030 세계엑스포 부산 유치전에 있어 “여전히 추격자 입장”이라면서도 “지난 1년 반 동안 윤 대통령이 무려 150개국 이상 정상과 회담했다. 그래서 ‘많이 추격했다’ ‘한번 해볼 수 있겠다’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조 실장은 또 지난 20~23일 영국 국빈 방문을 두고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이후 인도 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데 한국이 일본과 중국 못지않게 영국의 중요한 파트너가 됐구나 하는 한 획을 긋는 방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다음달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은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에이에스엠엘(ASML,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과의 협력을 한 단계 진전시키는 것을 큰 전략적 목표로 삼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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