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의원. 연합뉴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5선·대전 유성을)이 3일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이재명 사당’, ‘개딸(이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을 일컫는 말)당’으로 변질됐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내년 4·10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현역 의원이 스스로 탈당한 것은 이 의원이 처음이다.
이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오늘 자로 민주당과 결별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민주당 내에) 잡아떼고 버티며 우기는 반상식적이고 파렴치하기까지 한 행태가 상습적으로 만연됐고, 내로남불과 위선적, 후안무치, 약속 뒤집기, 방패 정당, 집단 폭력적 언동, 혐오와 차별·배제, 무능과 무기력, 맹종 등 온갖 흠이 쌓이고 쌓여 도저히 고쳐 쓰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더 이상의 기대와 노력은 무망하고 무용할 따름”이라고 탈당 배경을 설명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처음 당선된 이 의원은 2008년 공천에서 탈락하자 탈당해 자유선진당에 입당했다가 2012년 다시 민주통합당으로 당적을 옮겨 이후 쭉 민주당 계열 정당에 몸담아왔다. 당내에선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체제’를 향해 두루 비판적 의견을 내온 비주류로 꼽힌다.
이 의원은 향후 거취와 관련해선 “좀 더 시간을 갖고 상황을 지켜보며 숙고한 후 추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입당, 무소속 출마, 제3신당 합류 등 여러 선택지를 모두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한겨레에 “현재로선 온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당이 없지 않나. 현재 진행형인 신당 가능성도 실체가 명확하지 않아 상황이 구체화되는 걸 봐야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탈당 소식에 민주당에선 일단 ‘연쇄 탈당은 없다’는 분위기다. 이 의원과 마찬가지로 이재명 지도부에 각을 세워온 ‘원칙과 상식’ 모임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저희는 탈당과 신당(창당) 전제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다”(이원욱 의원)라고 밝혔다. 이 모임의 윤영찬 의원은 “(이상민 의원의) 문제의식 자체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고민과 해법은 생각이 다르다”고 했고, 조응천 의원은 “저희는 아직 민주당이 오뚜기처럼 다시 설 수 있다는 걸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윤 의원은 “아직 결론 낼 상황은 아니지 않나. 12월 중순까지 (혁신 요구에 대한) 당의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다음에 어떻게 할지는 여기 있는 의원들의 실존적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이 의원을 향한 당내 공개 비판도 이어졌다. 이 의원과 이웃한 대전 유성갑을 지역구로 둔 조승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모로 가도 (6선이 되어) 국회의장만 하면 된다는 거냐”고 적었다. 박상혁 의원도 “2008년 자유선진당, 이번에는 국민의힘으로 가는 거냐”고 비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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