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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물꼬 트는 민주당 지도부

등록 2023-12-05 19:26수정 2023-12-06 02:46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감사원 정치감사 진상규명TF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감사원 정치감사 진상규명TF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4월 총선에서 적용할 비례대표 선출방식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현실론과 원칙론이 각축하는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에서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비롯한 현실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왔다. 애초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롯한 정치 개혁을 당 차원에서 약속해왔지만 이재명 대표가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현실론을 밝힌 뒤 지도부 소속 의원들이 전방에서 제도 개악의 물길을 터가는 모양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제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당내) 의견을 모아가야 하기 때문에 제가 입장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제가 우스갯소리로 우리 당 의원들에게 ‘대선 때 우리가 정치 개혁 한다고 한 약속을 다 지키면, 당시 3선 (국회의원) 연임 금지까지 약속했는데 그걸 다 지킬 건가. 모든 약속을 다 지켜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신중론의 외피를 둘렀지만, ‘연동형 비례제 사수’를 통한 비례성 확대라는 민주당의 약속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물론 약속은 지켜야 되는 거고 정당이 약속을 못 지키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엔 당당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최측근이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그는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보 전진을 위해 여야가 합의에 의해서 이 제도(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정확하게 해주고 책임정치 차원에서 이 문제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벌써부터 ‘조국당’, ‘송영길당’, ‘촛불신당’ 등 위성정당·자매정당 창당설이 난립하고 있는데 많게는 수십 개의 정당이 출현해 유권자의 혼란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솔직하게 얘기하면 연동형 비례제는 내각제와 같이 가는 다당제 구조이지, 대통령제와 같이 가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권력구조 개혁 없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채택은) 대한민국의 정치적 불안정성과 혼란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국가와 국민에게 과연 적절한 제도인가를 큰 차원에서 판단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제 개편 방향을 놓고 지도부 소속 의원들이 현실론에 무게를 둔 발언들을 이어나가면서, 민주당 안에선 ‘원칙을 지키자’고 주장하는 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도부 안에선 여당인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밝힌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민주당이 정치 개혁이라는 약속을 파기할 경우 여론의 역풍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계파색이 옅은 한 민주당 의원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당이 여러 차례 정치 개혁 약속과 선언을 해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연동형 비례제에 동의하느냐를 떠나 지금 와 후퇴해선 안 된다고 본다”며 “(원칙을 지켜) 멋지게 지는 선거가 아니라 원칙도 잃고 부끄럽게 지는 선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열쇳말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정당득표율에 따라 각 당에 의석수를 배분한 뒤,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그보다 모자랄 경우 그 절반을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현행 방식. 2020년 총선 때 도입.

■ 병립형 비례대표제: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방식. 2016년 총선까지 시행.

■ 위성정당: 연동형 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최대치로 얻으려고 각 정당이 별도로 만드는 정당.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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