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만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혁신위원회의 제안 안건을) 지금 바로 수용하지 못하는 점은 이해해주길 바란다.”(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오늘 만남을 통해 김 대표의 희생과 혁신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인요한 혁신위원장)
갈등이 정점으로 치달으며 관심을 모았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6일 만남은 사실상 김 대표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2시간 오찬 회동을 했던 김 대표는 혁신위의 ‘지도부·중진·친윤석열계 의원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건의를 사실상 거절했다. 혁신위는 조기 종료 수순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20분 동안 만났다. 지난달 17일 이후 19일 만의 만남이었다.
회동 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김 대표가 인 위원장에게 ‘지도부의 혁신 의지를 믿고 맡겨달라. 제안해준 안건들은 당의 혁신과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다만 최고위원회에서 의결할 수 있는 사안이 있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할 일이 있어서 지금 바로 수용하지 못하는 점은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혁신위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건의를 거절한 것이다. 김 대표는 ‘나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한 인 위원장의 요구 역시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한 충정으로 하신 말씀이라고 충분히 공감한다”며 물리쳤다.
이에 인 위원장은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책임 있는 분들의 희생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면서도 “오늘 만남을 통해 김 대표의 희생과 혁신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고 정해용 혁신위원이 전했다. 김 대표의 “믿고 맡겨달라”는 말에 ‘의지를 확인했다’며 수긍하며 물러선 셈이다. 혁신위는 애초 7일 최고위원회에 공식 건의하기로 했던 당 주류의 ‘용퇴’ 등 혁신안 종합보고도 11일로 나흘 늦추기로 했다. 인 위원장은 내내 어두운 표정이었고 말수가 적었다.
전날 윤 대통령과 회동에서 “당과 대통령실의 원활한 소통 체계를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으며 ‘윤심’을 확인한 김 대표의 기세에 인 위원장이 눌린 셈이다. 김 대표로서는 ‘갈등’을 봉합하며 총선 준비에 다소 안정감을 찾게 됐으나 혁신을 거부한 이미지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동력을 상실한 혁신위는 오는 24일까지인 활동 기한에 다다르지 못하고 곧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정해용 혁신위원은 “저희 역할은 이 정도면 다했다. 특별히 더 나올 제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7일) 회의에서 어떤 식으로 정리할지…”라며 “활동 기한대로 하자는 위원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다들 지쳤다”고 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 절박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혁신위인데 당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거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영지
yj@hani.co.kr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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