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유력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고 자신의 정치 경력 부족 비판을 반박하며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할 뜻을 강하게 표시했다. 그는 비대위원장이 되면 직면하게 될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관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딱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은 “몰카 공작”이라고 깎아내렸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면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다루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오는 22일부로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한 장관은 이 법에 관해 묻자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면서도 “그 법안들은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게 돼 있지 않으냐. 그리고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돼 있는 독소조항까지 들어 있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딱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다”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악법은 결국 국민들의 정당한 선택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다. 그런 부분이 충분히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야당의 정치적 의도와 법안 내용을 문제 삼으며 김건희 특검법에 반대 뜻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한 장관이 언급한 ‘독소조항’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12조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항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과정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한 장관이 수사팀으로 참여했던 2016년 ‘최순실 특검’ 때도 특검법 12조에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 과정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고 돼 있었다. 이 조항은 2018년 ‘드루킹 특검법’에도 들어있다.
한 장관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수사에 관한 물음에도 “민주당이 저한테 꼭 물어보라고 (기자들에게) 시키고 다닌다고 하더라. 이걸 물어보면 왜 제가 곤란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기본적으로 그 내용을 보면, ‘몰카 공작’이라는 건 맞지 않나. 몰카 공작의 당사자인 ‘서울의소리’가 (윤 대통령 부부를) 고발했던데, 시스템에 맞춰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돼 처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과 원칙’을 앞세우면서도, 사실상 김 여사 사건 수사에 부정적인 인식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몰카 공작’이라는 규정은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한 장관이 김 여사 문제에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전과 다른 모습이다. 그는 지난 6일 같은 물음에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 “가정을 갖고 계속 물어보면…”이라고 답을 피했다. 비대위원장을 맡기 전 김 여사 관련 생각을 공개하고 가려는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기자들이 ‘비대위원장으로 유력 거론되지만, 정치 경험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는 취지로 묻자 “(당에서) 어떤 제안을 받은 게 아니다”라면서도 중국 작가 루쉰의 말을 빌려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 지적도 반박했다. 그는 “그런 이야기를 민주당에서 하는 것 같다. 전 지금까지 공직생활을 하면서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한가지 기준을 생각하며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누구를 맹종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국민의힘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자신에게 제기된 두가지 약점을 모두 반박하며 직을 맡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장관이 이날 비대위원장직 수락 의지를 내비치면서, 국민의힘은 조만간 그를 비대위원장 후보로 지명해 추인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0일에는 상임고문단과 오찬을 하며 비대위원장 관련 의견수렴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한 장관의 거취가 도마에 올랐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거취와 관련돼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오늘이 (상임위 출석) 마지막인가, 아니면 다음주가 마지막인가. (국민들이) 궁금해 한다”라고 묻자 한 장관은 “여기서 말씀하실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의원님 혼자 궁금해하시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국정이라는 게 안정적으로 굴러가고 예측 가능성이 높아야 경제도 잘 굴러가는 거 아닌가. 법적 안정성도 매우 중요한데, 장관님께서 약속하신 것들을 잘 챙겨야 하지 않겠냐는 차원에서 (법무부 장관 공백에 따른)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박용진 의원도 이민청과 ‘한국형 제시카법’ 등 법무부 정책을 언급하면서 “중대한 과제인데 행여나 관련 부처 장관의 거취 문제로 인해서 (정책들이) 혼란을 겪거나 동력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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