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30일 회동이 성과 없이 마무리되면서, 이낙연 전 총리의 신당 창당 작업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와 각을 세우는 당내 그룹 ‘원칙과상식’은 이 대표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 구성을 한번 더 요구한 뒤 수용되지 않으면 ‘결단’을 내리겠다며 최후통첩을 예고했다. 4·10 총선을 100일가량 앞두고 제1 야당의 분열이 가시권에 들어서는 모양새다.
‘이낙연 신당’ 창당은 이르면 이번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 쪽 관계자는 31일 한겨레에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있어서 날짜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창당 선언은 이르면 이번주 중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월 첫째 주 (이 전 총리) 거취 관련 입장 표명이 나올 것 같다. 둘째 주까지 구체적인 신당 작업(창당 일정)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총리가 1월1일 경기 고양 행주산성에서 여는 신년 인사회는 일종의 ‘신당 출정식’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전 총리가 꾸릴 신당에는 현재까지 최성 전 고양시장,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향후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이 합류할 가능성도 있으나, 아직은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쇄신 기한으로 못박은 연말을 하루 앞둔 30일 이재명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이 전 총리의 ‘대표직 사퇴, 통합 비대위’ 구성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회동 뒤 이 전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의 형편없는 폭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단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변화의 의지를 이재명 대표로부터 확인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해서 제 갈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은 이 전 총리에겐 ‘이 대표한테 쇄신의 뜻이 없다’, 이 대표에겐 ‘당 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각자의 이별 명분을 쌓으려는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가 대표직 사퇴 등의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없는 데다 이 전 총리 또한 신당 행보를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온 상황에서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의 압박으로 겨우 성사된 만남인 탓이다.
김종민·조응천·윤영찬·이원욱 의원이 참여하는 원칙과상식 또한 탈당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12월을 시한으로 이재명 대표 사퇴, 통합 비대위 구성을 요구한 이들은 이번주 초 거취를 밝힐 예정이다. 이원욱 의원은 “4인 공동행동 원칙은 변함없다”며 “한번 더 같은 요구를 한 뒤 이를 이 대표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네 가지 중 하나의 결단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원칙과상식이 말한 네 가지 선택지는 △당에 남아 경선 준비 △불출마 △탈당 △신당 창당이다. 이들은 현재 이 전 총리 신당 합류에는 거리를 두고 있으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원칙과상식 소속 또 다른 의원은 “우리끼리 1월2일 만나 탈당을 포함해 여러 논의를 해보려고 한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