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새해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추진을 공식화한 데는 총선 앞 개인투자자 표심을 목표로 한 선심성 의도가 짙어 보인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보수 성향을 보여온 ‘2030 지지’를 붙잡으려고 공매도 금지 조처에 이어 금투세 폐지를 꺼내 들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축사에서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기업들이 많이 있지만 주식시장은 매우 저평가돼 있다”며 “제 임기 중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는 과감하게 혁파해서 글로벌 증시 수준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경제 회복을 상징하는 증시 활성화 대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금투세 폐지는 윤 대통령이 대선을 두달가량 앞둔 2022년 1월 발표한 한줄 공약 ‘주식양도세 폐지’의 연장선상에 있다. 앞서 정부·여당은 본격적인 총선 국면이 시작된 지난해 11월, ‘증권시장 공매도 금치 조치’안을 발표했고, 지난달 26일에는 상장주식 양도 차익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대폭 올리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서둘러 통과시키기도 했다. 총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지금, 이 카드를 다시 꺼내는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겨레에 “‘이준석 신당’ 등 2030세대의 동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꺼내 든 카드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투세 폐지는 소득세법 개정 사안으로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합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총선에서 무조건 여당에 유리하게 작동할지를 두고는 의문이 제기된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 자본시장의 불투명성, 한반도 위기 등에 따른 것이지 금투세를 폐지한다고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세수 부족이 문제가 되고,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갈 수밖에 없는 것이 복지국가의 로드맵인데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금투세 폐지는 결국 말뿐에 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