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수원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형식의 올해 세번째 업무보고를 주재하고 반도체 산업 육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까지 연 새해 부처 업무보고는 모두 경기도에서 열렸다. 윤 대통령이 지지율 초박빙 지역이자 4월 총선 승부처인 경기 지역을 부처 업무보고를 이유로 샅샅이 훑으며 ‘경기 부양’ 메시지를 내는 것은 선거 지원 의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원 장안구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업무보고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기 남부에 2047년까지 622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집적단지)를 만들겠다는 정부·민간의 계획과 관련해 “앞으로 20년간 양질의 일자리가 최소 300만개는 새로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 혁명의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선 국가의 모든 인적·물적 전략 자산을 총투입해 치열한 속도전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622조원을 투자하고, 정부가 세제 혜택과 전력·용수 등 인프라 구축과 인력 양성 등을 총력 지원한다는 내용의 ‘세계 최대·최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평택, 화성, 용인, 이천, 안성, 성남 판교, 수원 등 경기 남부에 밀집된 반도체 기업과 생산단지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개념으로, 정부가 지난해 3월 내놓은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을 더 구체화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부터 향후 5년 동안 158조원이 투자되고, 직간접 일자리 95만개가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 클러스터 지역에는 현재 19개의 반도체 생산 팹(웨이퍼 제조시설)과 2개의 연구 팹이 가동 중인데, 용인을 중심으로 올해부터 2047년까지 622조원의 신규 민간 투자가 이뤄지면 모두 16개 팹이 새로 들어서게 된다. 메가 클러스터의 총면적은 여의도의 7배(2100만㎡)로 2030년이면 세계 최대 규모인 월 770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반도체 단지들은 입지·전력·용수 등 인프라 조성 때 정부 지원과 각종 부담금 감면 특례가 주어진다. 윤 대통령은 올해 만료되는 반도체 투자세액공제를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투자세액공제를 25%까지 확대한 데 이어, 올해 반도체 지원 예산(1조3천억원)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렸다. 윤 대통령은 “세액공제로 반도체 기업의 투자가 확대되면 관련 생태계 전체 기업의 수익과 일자리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국가 세수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며 “여기에 ‘대기업 퍼주기’라는 얘기들은 거짓 선동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새해 첫 업무보고로 용인시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용인은 앞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될 예정”이라고 말했고, 지난 10일 두번째 업무보고로 고양시 일산 신도시 지역인 백송마을 5단지를 돌아본 뒤에는 “이곳 일산을 비롯한 노후 계획도시를 국민들 누구나가 살고 싶은 도시로 바꿔놓겠다”고 맞춤 메시지를 내놨다. 윤 대통령이 지금껏 방문한 용인(전체 4석), 고양(4석), 수원(5석) 중 21대 총선(2020년)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곳은 용인갑 단 한곳이었고, 이마저도 뇌물죄로 정찬민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현재 공석이다.
지역 경제와 일자리 창출과 연계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업이 필수지만, 이날 행사에는 이상일 용인특례시장, 김경희 이천시장 등 여당 소속 지자체장만 자리했다. 야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들 사이에서 “사전 선거운동에 가깝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경기 지역 민심은 팽팽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성인 1002명을 상대로 전화면접 조사를 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인천·경기 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36%로 민주당(37%)과 초박빙이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