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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시스템 공천 강조하더니…한동훈식 깜짝 ‘전략공천’

등록 2024-01-17 17:59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과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10 총선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이 서울 마포을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다고 17일 ‘깜짝 공개’했다. 전날 인천 계양구를 방문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항마로 소개한 데 이은 사실상의 ‘전략공천’이라는 풀이가 당내에서 나온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6일 첫 회의를 열어 공천 신청자 평가 기준과 경선 방식 등을 정하고 “국민의힘 역사상 처음으로 ‘시스템 공천 제도’를 도입했다”고 강조했는데, 한 위원장 스스로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마포을 지역구에 ‘개딸전체주의’ ‘운동권 특권정치’ ‘이재명 사당화’로 변질된 민주당을 상징하는 얼굴, 정청래 의원이 있다. 자질 논란, 부적절한 언행에도 ‘이번에도 어차피 정청래가 될 거다’ 자조 섞인 말을 하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마포을은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17·19·21대 총선에서 3선을 한 곳이다. 한 위원장은 “어쩔 수 없지 않다. 김경율 위원이 정청래와 붙겠다고 (후보로) 나섰다”며 김 위원을 단상 위로 불러 함께 손을 번쩍 들었다. 참석자들은 “김경율!”을 연호했고, 김 위원은 “한 위원장이 저에게 낡은 시대와 이념 청산 과제를 준다면 기꺼이 받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세차례 출마한 김성동 마포을 당협위원장은 여기에 반발해 즉각 퇴장했다. 이 지역 당직자들도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김 위원에게 마포을 출마를 제안했다고 한다. 회계사인 김경율 위원은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조국 흑서’를 공동집필했으며, 지난달 국민의힘 비대위에 합류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마포 행사 뒤 열린 4·5선 의원 오찬 간담회에선 ‘김성동 당협위원장은 세차례 총선에서 떨어져 경쟁력이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한 위원장은 전날 이재명 대표 지역구(인천 계양을) 인근에서 열린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도 “국민의힘엔 이 대표가 출마하는 지역에 가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려는 후보가 많다. 그중 한분이 원희룡”이라며 원 전 장관을 단상으로 불러냈다. 원 전 장관은 “돌덩이를 치우겠다”며 계양을 출마 의사를 공식화했다.

한 위원장의 이런 행보에 “공관위의 공천 절차를 무시하고 특정 후보를 사실상 낙점해 내리꽂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성동 당협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쉽지 않은 지역구이지만 이곳을 지키면서 버텨왔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한 경선을 운운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지적했다. 윤형선 계양을 당협위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계양구민들 사이에는 연고 없는 낙하산 공천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공천은 시스템에 따라 이뤄지고, 당내 절차를 거칠 것이다. (김경율 위원은 전략공천이 아니라) 주요한 도전자”라고 반박하면서도 “이기는 공천 그 외의 고려 사항은 없다. 우리 당을 지지하는 분이 ‘여긴 어차피 안 돼’ 하는 곳엔 확실히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제가 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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