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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한나라 골수보수 벗어나려면 개혁성향 대표 필요”

등록 2006-06-28 18:50

퇴임 앞둔 이명박 서울시장
이명박 서울시장이 오는 30일 4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 예비후보인 이 시장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퇴임 이후 정치적 행보를 어떻게 취할 것인지 관심이다.

28일 오전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한 시간 동안 이 시장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이 시장은 퇴임을 앞둔 탓인지 편안한 분위기에서 비교적 솔직한 답변을 많이 했다. 이 시장이 한 말을 가급적 있는 그대로, 현장 분위기와 함께 전달한다.

-바쁘실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한겨레>하고 인터뷰는 해야지요.

-임기가 이틀 남았습니다.

=예, 그러네요.

-성공적으로 시장직을 수행했다는 평가가 많은 것 같습니다. 퇴임을 맞아 인간적인 소회가 있을텐데요?

=저는 기업을 하다가 그만두기도 하고, 정치를 하다가 그만둘 때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떠납니다. 시민들, 상인들, 노점상들 모두 고맙고, 공직자들도 날밤을 새워가며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저를 반대했던 엔지오(시민단체)들도, 그땐 섭섭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들이 그렇게 강경하게 반대함으로써 내가 한 번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도 됐으니까 오히려 일하는 데 플러스 요인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 떠나고도 한참 그 마음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더라도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게 될 것입니다.

노숙자 일자리 찾아주는 ‘바닥 복지’ 성과 보람

-작년 관훈토론회에서 ‘남은 임기 1년이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 1년 동안 어떤 일에 집중하셨는지요?

=문화와 바닥 복지에 중점을 뒀습니다. 그동안 노숙자들을 그냥 먹여주고 재워주기만 했지만 그것으로는 이분들이 변하는 게 없었습니다. 작년 말에 우리가 서울의 모든 기업들에게 노숙자를 3명에서 많게는 10명까지 고용하도록 협약을 맺었습니다. 일당 5만원인데 우리(서울시)와 회사가 2만5천원씩 주도록 했습니다. 그걸 은행에 넣으면 이자를 특별히 두배 가까이 주게 했고, 1000만원을 예금하면 한달에 5만원이면 되는 임대아파트를 주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된 다음에, 이들이 1000만원을 저금하기 위해 얼마나 일을 열심히 하는지 몰라요. 거길 방문하면 “시장님 고맙다”고 눈물을 흘리고, “토요일에도 일하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해요. 굉장한 변화입니다. 한 3개월 지나면서부터 탄력이 붙어서 이런 정책이, 예금하는 정책부터 임대 아파트를 주니까 이들이 흩어진 가족을 찾겠다는 의지가 생겨요.

양극화, 양극화 하지만 결국 희망을 주는 것은 일자리입니다. 내가 일자리를 구해서 희망을 갖게 되면 남이 소득이 많다고 비교하는 양극화는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양극화 해소는 어려운 사람에게 나눠주고 도와주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이번에 이 일로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됐어요. 1400명 가까이 됩니다.

가장의 일자리가 없어서 가정이 파괴된다고 말하는데 이들에게 어떤 기회를 줄 수 없을까, 이건 ‘윈-윈’입니다. 기업과 우리도 좋고. 이런 복지 정책에 관련해서도 이 일을 통해서 느낌이 다르고 희망을 주는 복지가 됐다 이런 생각에서 굉장히 중점적으로 했습니다.

이 일을 작년 말부터, 퇴임 1년을 앞두고 한 것입니다. 3개월간 개인 상담 전부 하고 종합진단 다 받게 하고 합숙훈련 받게 하고 그 다음에 일자리를 배치한 겁니다.

그리고 문화도시 10년 계획을 전문가들과 함께 세워서 다음 사람에 넘겨 주려고 합니다.

다음 국가지도자의 덕목은 통합…이슈는 경제

-다음 우리나라 국가 지도자의 덕목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평소 일자리와 경제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요?

=통합의 리더십이 발휘돼야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사회가 너무 분열돼 있기 때문에 자꾸 가르는 것보다는 통합적으로 가야 합니다. 결국 물론 이 다음에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경제겠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하겠지만 덕목을 따진다면 통합적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국회의원도 하고 서울시장도 했는데, 대통령이나 큰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 중 어느 쪽이 낫다고 보십니까?

=세계적 추세는 시이오(최고경영자)형으로 갑니다. 미국 주지사의 업무도 시이오의 업무와 유사하다고 봐야 합니다. 자기 지휘 하에 일을 다 하니까요. 국회의원 경험도 필요하지만 시도지사 경험은 굉장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국가 경영에 필요한 하나의 프로세스랄까 과정이랄까, 우리 한국도 앞으로 그렇게 가지 않나 생각합니다.

-서울시장과 대통령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서울시장은 외교와 국방이 없다고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외국 국가 원수들이 한국에 오면 꼭 서울시에 들릅니다. 그분들이 시장을 만나서 여러가지 실질적 협의를 합니다. 대통령을 만날 때는 이미 사전에 다 만들어놓고 만나는 형식적 만남인데, 시장을 만나서는 자유롭게 얘기를 합니다. 서울시장의 업무 경험은 국가경영에 준하는 업무가 거의 다 있다고 봐야죠.

-서울시장에 당선된 직후에 김민석 후보에게 줄을 섰던 공무원들 명단을 일부러 안 보겠다며 덮어버렸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대통령이 되어도 우리나라의 인재풀을 폭 넓게 쓰는 차원에서 이같은 일관성을 유지하시겠습니까?

=절대적으로 필요한데요, 저는 기업 있을 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지역을 감안하지 않고 인재 중심으로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날 보고 어떤 사람들은 호남사람이냐고 오해할 정도였습니다. 호남 사람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고 사람을 쓰다보니 그렇게 된 겁니다.

서울시장이 됐을 때, 청계천에 반대했던 공무원들, 자료를 상대 후보에게 줬던 공무원들 명단이 있었는데, 나는 그 명단을 안 봐서 그 공직자들이 더 열심히 했다고 봐요. 나중에 보니 그 사람들이 초긴장이 돼 있었다고 해요. 만일 내가 그 명단을 봤다면 공무원들이 위축이 됐을 것입니다.

선거를 하면 항상 반대파가 있습니다. 그러나 당선이 되면 모두가 우리죠. 반쪽 대통령은 안 됩니다. 그건 전혀 개의치 말아야 한다고 봐요. 지금 코드가 맞게 안 맞네 하는데, 코드가 필요한 게 아니고 정책에 서로 뜻이 맞아서 연관성을 가져야죠. 정책에 뜻을 가지고 하는 것이지 정치 코드는 아닙니다. 그렇게 하면 굉장히 많은 인재를 쓸 수 있고 그 인재가 국가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안 그러고 자꾸 분파되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합니다.

친구들 만난 뒤 농촌으로 내려갈 생각

-모레 퇴임하시는데 바로 다음날 7월1일은 어디에 계십니까?

=가족과 같이 있으려고 합니다.

-현장 체험 계획은요?

=며칠 간은 가족, 친지를 만나고, 못 만난 친구들을 좀 만나려고 합니다. 그런 다음에 농촌으로 갈 생각입니다. 왜냐면, 요즘 젊은 농업인들이 농촌도 기업화하자고 하면서 나를 찾아온 일이 있습니다. 나보고 고문을 맡아달라고요. 나는 농업을 안 해 본 사람이라고 하니, 그래서 필요하다고 해요. 농업은 자기들이 하고 기업을 해 본 사람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현장에 가보니 아주 의욕이 있는데 경쟁력과 마케팅이 필요한 거에요. 그들이 올바르게 판단을 했더라고요. 그걸 보고 농촌에도 내 경험이 필요하겠다 해서 농촌에 가서 있으면서 길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또 자영업과 서비스 산업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걸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대기업보다 아래 기업들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고, 거기 소속된 근로자들이 참 어려운 근로자들이거든요. 그 근로자들이 아마 금년, 내년에 많이 실업자가 될 것 같아요. 심각한 문제입니다. 정부가 어렵다고 말은 하면서 실질적으로 바닥 정서, 바닥 경제에 대한 인식이 현실과 좀 차이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거길 다니면서 길을 찾아보려 합니다. 그들도 생존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고 많은 내 경험이 필요하지 않겠나 합니다. 내가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으니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해외 방문 계획은요?

=7월 중엔 없습니다. 휴가철에 가는 것은 적절치 않겠지요. 국내에서 필요한 일에 관련된 산업, 유관된 연구소, 관련된 사람을 만나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독일, 네덜란드 등 여러 군데 있습니다. 국비로 저를 초청한 나라도 있습니다. 무조건 다 가는 것은 아니고 8월 이후부터 필요에 의해 갈 예정입니다.

‘안국 프로젝트’는 만든 말…지금 밝힐 건 아니다

-‘안국 프로젝트’라는 말이 있던데요?

=그건 누가 만든 말입니다. 사무실이 안국동인데 그래서 안국 사무실입니다. 국가가 편하다는 뜻이니까 안국이라는 이름도 좋은데 동네가 안국동이어서. 사무실 이름을 동네 이름으로 붙이잖아요. <문화일보>가 이름을 근사하게 붙였습디다.

-프로젝트 내용은요?

=지금 밝힐 것은 아니고 이 다음에 만나서 얘기합시다.

-당내 대선 후보를 선거일 6개월 전에 뽑도록 한 경선 일정을 좀 늦추는 게 좋겠다고 말해서 논란이 있었는데요?

=그런 게 아니고, ‘상대 후보가 전혀 결정이 안 됐을 때 어떻게 하겠느냐’고 기자가 질문을 한 거에요. 그래서 “그때 가서 필요하면 연장도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한 것인데 내가 요구한 것처럼 잘못 나간 거에요. 그건 당에서 전적으로 알아서 할 일입니다. 당에서 정권을 찾아오기 위해 전략적으로, 상대 후보도 보면서, 전적으로 당에서 해야 할 일입니다.

-퇴임하면 평당원이 되는 거죠?

=예, 당분간은. 내년에는 상임고문이 되지만.

-당분간 당에 갈 생각이 없는 건가요?

=당에서 역할이 별로 없고, 새 대표, 당직자들이 결정되면 그들이 당을 잘 꾸려나갈 것이고, 저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거기 필요한 일들을 찾아서 하는 것입니다. 당분간 당에서 직접 일할 계획은 없습니다.

한나라당 새 대표의 덕목은 개혁성향과 야당성향

-7월11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를 뽑는데, 새 대표는 어떤 덕목을 가진 사람이 하는 게 좋다고 보십니까?

=지금 잘못 말하면 어느 쪽을 겨냥하고 얘기한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한나라당이 국민에 주는 이미지는 아직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영남당이다, 골수·보수 성격이다, 차떼기다, 이런 소리를 벗어나려는 노력을 한나라당이 많이 하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개혁성향을 가진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 다음에, 여당이 헌법 개정 등 여러 가지 공세를 해오는데, 한나라당이 협조할 것은 하고 철저히 따질 것은 따지는 ‘야성’(야당 성향)을 가진 사람. 야성이 좀 부족하지 않나, 여당 같은 야당이라고 자꾸들 말해서, 그런 사람이 필요합니다.

물론 당내 공정한 관리는 기본이죠. 그건 누가 돼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니까, 그건 기본적 자세이고,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에게 주는 이미지, 이게 중요하다고 보죠.

-한나라당이 수권능력이나 집권능력이 있는지는 몰라도 국정 운영 능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이 있습니다. 당내에 5·6공 출신 인사들도 많고 국정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 의구심들이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의 현재보단 훨씬 안 낫겠습니까.(웃음) 그래도 한나라당에는 일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경륜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5공이다 등등 정치적인 그런 것도 있지만 그래도 여러 군데서 일한 경험이 있고 국정 운영을 할 지도자도 한나라당에 있습니다. 우리는 코드를 안 따지니까 많은 인재를 쓸 수가 있죠.

-한나라당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느냐는 내부 회의론이 있습니다. 민정당 법통에 경상도 정당이고. 과연 내부 개혁이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그래서 우리 한나라당도 천안연수원을 과감하게 국고에 내버린다는 것은 이해를 떠나서 과감한 조처를 한 것이죠.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크나큰 몸부림의 하나다, 긍정적 측면으로 볼 필요가 있지 않으냐 생각합니다.

그런 변화나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상당히 시간이 걸립니다. 보는 사람의 고정관념이 있으니까 시간이 걸립니다. 저는 5공 잔재다, 영남당이다, 하는 것들은 이번에 당 대표를 뽑으면서 여러가지 그런 국민으로부터 비판적이랄까, 부정적으로 보는 것을 벗어날 기회가 된다고 봅니다.

실질적으로 숫자로 보면 지금은 70% 가까이가 초선의원이고, 사실은 바깥의 이미지만 그렇지 내용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시간이 걸립니다.

박근혜 대표는 상당히 정치력이 있는 지도자

-당내 미래모임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저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왜냐면 국민들이 바라볼 때 젊은 의원들이 그래도 뭔가 개혁을 하고 변화를 주겠다는 모습을 보인단 말이에요. 그런 것들이 독선적으로, 그 사람들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 행위라고 보지 않고, 당에 전체적으로 플러스 요인을 주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진다는 것은 참 좋다,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입니다. 당 대표직을 성공적으로 했는데, 후광 효과라고도 정치적으로 뛰어나다는 말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물론 박근혜 대표를 그런 부정적 요소로 보는 면도 있지만, 저는 상당히 정치력이 있는 지도자의 한 사람이라고 긍정적으로 보죠. 왜냐면 당이 아주 어려울 때 당을 이끌어온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몇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보여준 그 지도력은 이 시점에 훌륭한 정치 지도자를 할 사람이다, 이렇게 봅니다.

-이유를 좀더 분석해주신다면요?

=물론 본인이 사회적으로 다른 일을 해본 경험이 없지만, 당이 백척간두의 어려운 시점에서 당을 아울러 나가면서 규합·단합 시키고 선거에 임해서 헌신적으로 많은 노력, 이런 것들이 지도자상으로서는 갖출 덕목을 갖췄다, 이렇게 보죠.

여성 대통령 이르다고 단정하긴 어렵지 않나

-최근 여성 정치 지도자들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다음 대통령이 여성이 될 수도 있다고 보십니까?

=그건 국민이 선택할 문제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여성의 파워가 정치 분야에서도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죠. 물론 긴 역사가 필요했지만 한국이라고 해서 여성 지도자가 못 나온다고 단정은 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여성이 아직 이르다는 의견들이 있는데요?

=여러가지, 남북이 분단돼 있고 국군 통수권 문제도 있어서 그런 얘기들을 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이 여성의 파워가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기 시작하거든요. 그걸 절대 불가하다든가 결정적으로 이르다고 단정하긴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대수도론’을 놓고 한나라당 내에서 논쟁이 있는데요?

=나도 시장을 해봐서 아는데, 일을 해보면 인천, 서울을 둘러싼 경기도와 행정적으로 협력할 일이 많습니다. 교통체계 개편을 해보니 분당에서 오는 버스는 경기도와 협의를 해야 합니다. 어차피 광역 행정의 협력 필요성이 있습니다. 또 요즘 추세가 광역경제권으로 가게 돼요. 그걸 놓고 대수도론이라고 하니까 오해를 사는 면이 있는데, 대전도 예를 들면 결국 충남과 함께, 광역적 측면에서 해석해야 합니다. 부산도 경남과 같이 해야 하고. 광역 협력하고 광역경제권을 만들려고 노력할 시대가 왔다고 봅니다.

‘대수도론’이라고 하니까 경계심이랄까, 늘 지방은 수도권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당장 지방이 생존 위협을 받는 것 아니냐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이런 행정 협력을 해왔다고요. 예를 들면 수도권교통조합이라는 게 있습니다. 경기 인천 서울 공무원들이 같이 모여서 사무실을 차려놓고 같이 일을 합니다. 사실상 하고 있는 일을 명칭을 대수도론이라고 하니까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아마 김문수 당선자는 광역협력을 좀더 적극적으로 해보자고 한 뜻인 것 같아요. 용어 선택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이게 크게 논란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다른 법안과 연계한다는 이재오 원내대표의 방침이 옳다고 보십니까?

=야당이 날치기를 당했으니까 그걸 쥐고 좀 통과를 시켜보자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한나라당이 민생법안을 반대하거나 지연시킬 생각은 없을 겁니다. 사학법 개정에 동의를 받기 위한 전략적 측면에서, 야당의 수단이라는 게 별로 없으니까요. 오늘 양당이 의원총회를 한다고 하니까요.

그리고 여당이 4대 법안 중에 3개를 전부 날치기 통과시켰잖아요. 사학법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 사학에 종사하는 분들이 다 그걸 요구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이 시점에서 그대로, 대통령이 양자 원내대표하고 합의를 했으면 여당이 좀 성의표시가 필요하지, 거기서 나와서 딱 버티고 있다는 것은 여당이 스스로 만든 대통령에 대한, 야당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요. 정치도의상 조금더 융통성을 갖고 사학법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충청권 경제 살리는 데 도움 안돼

-대통령이 되면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위험하다, 백지화하거나 축소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계속 추진하실 것인지요?

=그건 이미 법률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그 문제를 취소하니 뭐니 논의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단지 경제 논리로 볼 때는 그것이 충청도 경제를 살리는 데 결정적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충청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오히려 또다른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나는 그 계획을 연구하고 있는 겁니다.

앞으로 국민소득 3만불, 4만불을 만들어야 하고 그래야 지역감정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통일의 기초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수도권의 특정지역에 한정해서는 만들 수가 없습니다. 또다른 경제 광역단위가 나와야 합니다. 충청도가 행정중심복합도시보다 더 크게, 보다 현실적으로 공주·연기·대전권을 포함해서 살아갈 수 있는 복안이 있어야지, 행정부처 몇개 옮긴다고 충청민에게 살 길을 열어준 것이냐, 이 점에서 안타깝게 생각하는 거에요. 이건 오히려 정치 논리입니다. 나는 오히려 충청도민들에게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고, 그것은 충청도민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3만불, 4만불을 만드는 일에 충청권, 호남권, 영남권 이런 하나의 큰 경제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그 대안을 연구중입니까?

=연구는 대충 됐지만 앞으로…. 발표할 때 쯤 되면 완전하게 해야지요. 저는 제가 하는 모든 것은 임기 내에 할 수 있는 것을 계획을 다 세워서 발표하는 겁니다. 이 정부가 행정수도 한다고 해놓고 땅 다 사놓고 그 다음 사람이 해야 되잖아요. 이 정부는 아무런 준비 없이 하니까 저런 거에요.

변화는 항상 앞으로 가는 것, 뒤로 가는 건 없다

-이 정부에서 추진하던 것을 나중에 흐름을 바꾸면 혼선이 벌어질 측면도 있을텐데요?

=이 정권이 별로 해놓은 게 많지 않으니까 흐름을 바꿀 게 별로 있나요? 뭐 그렇게 있나요? 다른 정책도 말로만 했지 뭐…. 조세 정책이나 부동산 정책 같은 것은 흐름을 바꾸는 게 아니고 정책을 쓰면 되니까.

-7·26 국회의원 재선거 공천에 옛날 분들이 많이 나섰는데요?

=여론도 그렇지만, 당과 공천심사위원들이 올바른 것을 하려고 할 것 같더라고요.

-그런 흐름을 어떻게 보십니까. 노장청의 조화로 보십니까? 한나라당의 변화를 위해 곤란하다고 보십니까?

=결국 한나라당은 변화 쪽으로 가야겠죠. 변화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보고, 변화는 항상 앞으로 가는 것이지, 뒤로 가는 변화는 없죠.

-영호남 연합을 언급하셨는데, 이것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통합이라고 봐도 됩니까?

=상대방 생각도 안 해보고 통합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영호남이 오래 갈등관계에 있었고 그건 정치인들이 만든 것입니다. 영호남의 진정한 화합은, 물론 호남도 경제적으로 부족한 게 없어지면 갈등도 없어지겠지만, 막연하게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까 정치적으로 협력하는 것도 나는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영호남 갈등을 없애는 데. 그건 호남 발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고 대한민국 정치의 오랜 갈등을 벗어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호남이 서로 열린 마음으로 정치를 지향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직 구상단계입니까? 그쪽 분들과 만나서 대화는 해보셨나요?

=대화는 없었다고 보는 게 맞죠. (웃음) 있다고 말해 본 일이 없으니까요.

고건 전 총리 정체성 확립돼야…이념적으론 한나라당 비슷

-여당이 정계개편을 시도할 것 같은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나는 대여당이 의석수도 최다수고, 무엇 때문에 정계개편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대통령 후보가 없기 때문이지요.

=후보를 만들어야지요. 여당이 앞장서서 정개개편을 하는 전례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여당이 이합집산하는 일은 없던 것 같은데, 정계개편을 득표전략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죠. 정책적으로 이념적으로 우리가 한 번 정계를 재편하자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선거전략, 득표전략으로 하는 정계개편은 과거에 해봤잖아요. 사회가 선진화하는데 정치는 늘 후진적 방식으로 해 나갈 것인가, 그게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인가 하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고건 전 총리가 여론조사에서 높게 나옵니다. 고 전 총리가 범여권의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고건 전 총리가 정체성이 확립돼야겠죠. 이념적으로는 한나라당 비슷한 데 몸은 그 쪽에 가 있다면 굉장히 모순입니다. 그러면 무슨 모양을 낼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이 정리가 돼야겠죠. 국민들이 볼 때 확실해야죠. 고건 전 총리가 이념적으로는 한나라당과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웃음)

노 대통령 권위주의 바꾸다 권위까지 없어져

-2002년 대선을 통해 탄생한 노무현 정부의 역사적 임무는 무엇이었다고 보시는지, 또 그걸 제대로 수행했다고 보시는지요.

=저는 노무현 대통령도 전혀 기여하지 않은 건 없다고 봅니다. 왜냐면 소위 정치개혁이라고 해서 정치자금을 양성화하고 합법화시켰다는 점은 아주 짧은 시간 내에 그걸 했습니다. 또 과거의 권위주의적 형태를 많이 바꿔놨는데 그게 지나쳐서 권위조차 없어지는 모순도 가져왔습니다.

저는 역대 대통령이 남은 임기에 왜 꼭 자기가 선임한 사람, 자기가 필요로 하는 사람을 후임자로 하려 하는지…. 노무현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그래도 마지막을 채우려면, 저는 ‘탈당하라’ 이런 요구는 하지 않습니다. 단지 5년 단임 정신을 가지고, 물러나면서 정치에 중립을 취해서 다음에 공정한 룰을 가지고 새 정권이 탄생하고, 그런 역할을 하게 되면 그래도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한테 인정을 받지 않겠나 합니다. 자기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어떻게 해서 억지로 개입하게 되면 노 대통령 남은 임기중에 그건 바람직하지 않고, 그런 점에서 경제에 올인하고, 차기 대권에서 정말 공정하게, 우리 지난 번에 김대업 사건 등 공작정치가 횡행했잖아요. 그거 다 막아아죠. 그때도 검찰이 다 만들고 정치권이 하고 그랬는데, 이번 정치는 선진된 정치를 한 번 보여줄 필요가 있고, 그런 걸로 인해 또다른 부정이 나지 않게 의무를 다하면 좋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역대 대통령 중에 어떤 분이 가장 낫다고 평가하시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역할 모델을 묻는 것입니다.

=(웃음) 각자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 편을 하게 되면…. 어떤 분은 이 분야고 다른 분은 또 다른 분야니까….

-분야별로 평가를 한다면?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는 냉정하게 평가를 하기 때문에….

서울을 문화도시로 만드는 게 국가 경쟁력 키우는 길

-후임 시장에 특별히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면요?

=당부를 언론을 통해서 할 필요는 없죠. 후임자니까 언제든 필요하면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니까…. 그래도 말한다면, 서울이 국제도시의 면모로 발전을 시작하는데 경제에서는 서울시가 할 역할은 많지 않습니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문화입니다. 미래는 문화에서 콘텐츠를 경쟁시키는 것이니까요. 문화도시를 만드는 게 도시의 경쟁력을 만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다행히 오세훈 당선자가 그쪽에 관심이 많고 의욕이 있어서 서울을 문화도시로 만드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길입니다.

-오 당선자에 대한 비판론이 있습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를 직무 인수위원장을 시켜서 뉴라이트쪽에서 비판했고, 당내에서도 ‘불안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취임도 하기 전에 평가하는 것은 이르고, 좀더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서울시 인수위라는 게 법적 근거도 없고 임의 조치여서, 여기에 너무 신중하게 할 것은 없고, 당인으로서 당선됐기 때문에 한나라당 입장에서 봤을 때 이런 저런 얘기를 하지만 좀더 지켜보는 게 좋겠다고 봅니다. 너무 성급하게 평가를 해버리면 본인도 일하기가 힘들어지겠죠.

-오 당선자가 선대위원장을 맹형규·홍준표 전·현 의원을 시키려는 것을 보고 민심이 아닌 당심을 잡으려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 모습은 괜찮다고 봐요. 경쟁자를 포용해서 가는 것은 당심, 민심을 떠나서 평가받을 긍정적인 조처라고 봅니다.

-4년간 서울시장으로서 일을 열심히 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서울시민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생활은 서울에서 하니까요. 선거 때, 분당 시민이 투표하면서 ‘왜 이명박은 없냐’고 한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서울광장에) 스케이트를 타러 온 젊은 부부가 날 만나서 ‘서울에서 세금을 내고 사는 게 이렇게 보람이 있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할 때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데 대한 위로가 됩니다. 공무원들도 그런 소리를 같이 들었으니까, ‘열심히 하면 시민들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을 겁니다.

-변화의 중심에 이명박 시장이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건 공동작품이에요. 이해가 상반된 사람들이 모여서 이룬 일이기 때문에 상당히 저는 의미가 있다고 봐요. 외부에서도 이해갈등을 조정해서 성공한 사례로 봐줍니다. 그점에서도 굉장히 제가 고마움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성공의 요체를 ‘이해갈등의 조정’으로 봐도 되겠네요?

=예, 그렇습니다.

재임중 제일 괴로웠던 것은 교통체계 바꿀 때의 비난

-4년 동안 가장 괴로웠던 순간을 꼽는다면요?

=청계천 복원이나 교통체계 개편할 때 많은 반대가 있었습니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심지어 여당 대변인은 교통체계 개편할 때 저더러 물러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노점상인들도 개인적으로 나에게 항의한 적은 없었습니다. 신기한 일이에요. 지하철 타고 나오는데 그걸 하지 않는 걸 보면 참 신기해요.

제일 괴로웠던 것은, 사실상, 교통체계 바꾸고 난 다음에 3일만에 텔레비전에 나가서 죄송하다고 얘기를 했지요. 그땐 <한겨레>도 공격 많이 했지요. 그런데 1년만에 모 월간지는 그 때 보도가 잘못됐다고 인정하기도 했어요. 그때가 괴롭긴 했지만 그 이후 이화여대 총학생회 강의를 갔을 때, 여학생이 토론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꽃병을 들고와서 “교통이 이렇게 바뀐 것에 너무 감사하고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아마 교통체계 개편으로 절약된 돈과 앞으로 절약할 돈까지 합친 돈으로 그 꽃병을 샀을 거에요. 빈 꽃병에 마음을 담아서 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 잔잔한 것에서 위로를 받았어요. 여러가지 공격도 반대도 받았지만 이름도 기억할 수 없는 소시민들의 말들…. 아무 것도 아니지만 가끔 (서울광장을) 내려다보면 여름에 아이들이 분수에서 뛰어놀고, 겨울에 추운데도 한 두 시간 스케이트 타려고 아이들이 재잘대고, 젊은 부모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서울시 공직자들이 ‘우리가 일 열심히 하면 시민들이 이렇게 좋아하는구나’ 하는 걸 많이 느꼈을 거에요. 그 전에는 잘 못 느꼈을 거에요. 나는 잔잔한 데에서 위로를 많이 받아요.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인터뷰 중에서 오늘이 제일 알찬 인터뷰였어요.(웃음) 퇴임 이후에도 모른 척하지 말고 자주 만납시다.

약력: △경북 포항 △고려대 경영학과 △현대건설 회장 △14~15대 의원 △아태환경엔지오 한국본부 총재 △서울시장

인터뷰/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사진/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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