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문국현 ‘독자세력화’ 길로
대선 행보를 시작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본격적인 독자 세력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문 후보는 3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창당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면 ‘창조한국’에 있는 분들을 만나고 했겠느냐”며 ‘제3후보’의 길로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달 중순부터 시작될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본경선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는 “(통합신당의) 곳곳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성이 높게 세워져 있는데 (내가) 대신해줄 것이 뭐 있겠느냐”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창조한국은 지난 2일 출범한 문 후보의 지지자 모임으로 규모는 1500명 가량 된다. 문 후보는 이 모임이 “필요하면 정당을 만드는 기간요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를 돕고 있는 정범구 전 의원도 이 모임이 “신당의 조직적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독자 세력화에 대한 문 후보의 생각은 조금씩 구체화되어온 것으로 보인다. 출마 이전인 지난 7월 초 문 후보는 “20년 넘게 유지해온 네트워크가 있다”며 자신의 독자적인 지지기반이 있음을 내비치면서도 “자꾸 만들면 당이 몇 개나 되겠는가. 크게 보면 우리나라는 양당 제도의 나라”라며 독자 세력화와 거리를 두는 듯 했다. 그러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난 달 23일 이후부터는 차츰 독자 창당쪽으로 무게추를 옮겨왔다.
태도 변화의 가장 큰 요인은 최근 나타난 지지도 상승인 것으로 보인다. 출마선언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2.8%(SBS), 1.9%(한겨레), 1.8%(KBS)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최근 <한겨레> 조사에서는 범여권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3.3%로 6위를 차지했다. 객관적으로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문 후보는 여기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제가 출발할 때 0.1%에서 불과했지만 7~8일 사이에 3%까지 왔다”며 “이 1%는 10%에 해당한다. 지금 지지율을 선행지표로 보면 20~30%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지도 확산에 가속이 붙고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문 후보쪽은 통합신당 의원들의 합류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창당 프로그램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문 후보는 정당을 만들 재원과 프로그램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당을 만들면 정부의 지원(정당보조금)도 있지 않느냐”, “10월 중순에 가면 다 알게 될 것이다”라고 답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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