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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2007대선 이것이 쟁점이다] 잃어버린 10년 vs 되찾은 10년

등록 2007-11-16 10:13

“양극화·부동산값 폭등” 일자리 없어졌고 서민들 고통받아
“국가부도 벗고 민주화” 냉전세력서 벗어나 ‘소득 2만달러’
“잃어버린 10년 동조여론 많은건

정치무능이 정책능력 가린 탓”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정부로 이어지는 10년은 ‘잃어버린 10년’인가, ‘되찾은 10년’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최근 한나라당의 ‘잃어버린 10년론’에 대해 “역사를 바로 알려는 사람에게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적극 반박하고 나서면서 지난 10년에 대한 평가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은 한나라당이 1990년대 초 일본 경제의 실패를 지칭했던 말을 수입해 대선용 슬로건으로 재포장한 것이다. 일본의 ‘경제 실패’ 프레임에 ‘진보 세력=무능’이라는 이미지를 끼워 넣었다. 한나라당은 이 논리를 정권 교체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대명사로 내세우고 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도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며 이 프레임에 가세하고 있다.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잃어버린 10년’을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회견에서 “잃어버린 10년의 사슬을 끊고 2008년 신발전 체제의 힘찬 고동을 울리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도 “지난 10년간 전세계 경제가 활성화됐지만 우리는 그 전에 없던 경제 침체를 겪었다. 기업들이 해외로 나갔고, 일자리가 없어졌으며, 서민들이 고통받았다”며 “그런 관점에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잃어버린 10년의 근거로 △양극화 심화 △부동산가격·세금·생계비 폭등 △사교육비 증가 △비정규직·청년실업 증가 △정부 비대화 등 다양한 문제점을 거론한다. 또 지난 10년이 “상실의 시대였다”며 △경제대란 △집값대란 △실업대란 △교육대란 △안보대란 △헌법대란 등 ‘6란’의 시대라는 주장도 내놓았다.

범여권은 ‘되찾은 10년’이라고 되받아치고 있다. 해방 이후 수십년 지속된 냉전 수구세력의 집권에서 벗어나 정권 교체를 이루고 민주화를 성취한 기간이라는 것이다. 지난 10년 사이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남북 화해가 이뤄졌고, 개발독재 시대의 정경유착과 권위주의 통치행태에서 벗어난 점 등이 반박의 논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되찾은 10년’ 주장을 압축적으로 정리해 놓았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주장은)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해방 이후 내가 대통령이 될 때까지 여야 정권교체가 한 번도 없지 않았나.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반공법, 국가보안법이라든가 형법으로 희생이 됐나. 그러던 것이 자유를 찾았으니, ‘잃어버렸던 50년’에서 ‘자유 찾은 10년’ 아닌가. 4대 보험이라든가 국민 기초생활보장이라든가 해서 그래도 저소득층에 대한 국민지원이 늘어났다. 남북 관계도 50년 동안 대립만 해온 나라가 6·15 이후에는 웃는 낯으로 화해했다. 그런 것을 볼 때 ‘되찾은 10년’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게 뭔가.”

노무현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평화공존의 10년을 열었고, 50년 독제체제의 인권유린과 권위주의를 해체함으로서 특권과 반칙, 정경유착의 폐해를 상당 부분 근절했다”며 “성장제일주의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보편적 복지와 동반성장의 기틀을 일궈낸 10년”이라고 반박해왔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는 “다른 것은 다 잊어도 10년 전 국가 부도를 초래했던 세력이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세월’이라고 선동하며 역사의 전면에 들어서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며 ‘제3기 민주정부’ 수립을 역설하고 있다. 13일에는 “야당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하지만 지난 10년은 ‘위기 극복의 10년’”이라며 공세적 대응에 나섰다.

이제까지 한나라당 등의 ‘잃어버린 10년’론에 맥없이 밀리던 범여권이 적극적인 반격에 나서면서, 불리한 여론 지형을 역전시킬지 주목된다. 현재 여론시장에서는 잃어버린 10년에 동조하는 세력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잃어버린 10년론이 중산층·서민 등을 파고드는 이유에 대해 “외환위기를 불러들여 양극화를 초래한 것은 보수세력이지만, 일자리와 희망을 잃은 서민들의 상실감과 박탈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며 “여전히 언론과 경제·사회 담론 권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보수세력이 그런 현실을 과장·증폭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이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정책적 능력이 좋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잦은 말실수와 대연정 제안 같은 정치적 무능력이 이런 정책을 펼치는 데 악영향을 끼쳤다. 결국 정치적 무능력이 무능한 정부로 인식되게끔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정치학)는 “‘잃어버린 10년’ 주장은 현 정권에 대한 싫증을 파고드는 이데올로기 공세로, 과장된 담론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희철 황준범 김태규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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