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도 웃는게 아니야
대선 패배로 정치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20일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더 단단하게 하나가 되자”고 말했다.
정 후보는 간밤에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한 듯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웃음을 띤 채 해단식장에 나타나 당직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정 후보는 “선거는 졌지만 우리는 단합했다. 국민들이 저희의 손을 붙잡아주지 않았지만, 저희는 하나가 돼 열심히 했다”며 “선거 과정에서 단합했듯이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가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의 선택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인다. 국민의 지지를 받은 이명박 당선자가 나라를 위해 잘해줄 것을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오충일·김근태·손학규·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돌아가며 정 후보에게 “어려운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해줬다. 정말 고생 많이 했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정 후보는 해단식이 끝나자마다 총총히 당사를 떠났다.
정 후보는 21일 광주와 전남 순천 등지를 돌며 낙선 인사를 한 뒤 22일에는 부인 민혜경씨와 함께 가톨릭단체가 운영하는 정신지체장애인시설인 광주 ‘사랑의 집’에 사나흘 머물 예정이다. 그동안 강행군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는 한편, 거취에 대한 ‘장고’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의 집’은 당내 경선이 진행 중이던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 머물던 곳이기도 하다. 정 후보의 핵심 측근은 “당분간 쉴 것”이라며 “현재로선 운신의 폭이 좁다. 당장 정치 전면에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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