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0일 대통합민주신당의 새 대표로 선출됨에 따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자유신당(가칭)을 이끄는 이회창 전 총재 등과 함께 주요 세 정당의 ‘얼굴’이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보기 드문 풍경이 벌어지게 됐다.
손 대표는 1993년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지난해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하기까지 10년 넘게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보수 진영에서 몸담았다. 그는 석 달 뒤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과정에 합류했다.
이날 창당발기인 대회를 열며 본격적인 창당 작업에 나선 자유신당을 이끌고 있는 이회창 전 총재도 지난해 대선을 코앞에 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그 역시 신한국당과 한나라당 소속으로 두 번이나 보수 진영 대표선수로 대선에 출마한 이력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득표율 2위와 3위를 기록한 주요 정당의 얼굴이 경기고 동문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이회창 전 총재는 경기고 49회, 손학규 대표는 61회로, 12년 선후배 사이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보수 삼형제”, “한나라당과 2, 3중대”라고 비꼬았다. 김성희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대통합민주신당이 한나라당 출신 인사를 영입해 대표로 추대함으로써, 한국 정치가 한나라당 출신 일가한테 장악당했다”며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보수 삼형제’의 과두정치를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도 “통합신당이 한나라당에서 3등 한 인사를 당의 얼굴로 내세운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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