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정기획수석…기획재정부 신설
전략 수립하고 강력추진 ‘국정 조타수’로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혼란 올수도”
전략 수립하고 강력추진 ‘국정 조타수’로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혼란 올수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6일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의 주요 특징으로 ‘작은 정부’와 ‘기획·조정 기능 강화’를 들었다. 이를 두고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작은 정부’를 추진한다는 긍정 평가와 함께 ‘헤쳐 모여식’ 조직축소에 따른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부정적 평가도 뒤따른다.
개편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작은 정부’다. 조직과 기능을 줄여 인력을 감축하고 이를 통해 예산절감으로 가져간다는 게 인수위 쪽의 구상이다. ‘효율적인 정부’를 내세우며 조직과 공무원 정원을 늘린 참여정부에 대한 반성적인 접근인 셈이다.
‘작은 정부’는 규제개혁으로 이어지면서, 강도 높은 후속작업도 예상된다. 인수위가 내놓고 얘기하진 않지만, 정부조직 개편에 이어 공무원 감축 바람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크다. 인수위가 이날 통합으로 덩치가 커진 부처의 경우 상당수 공무원들을 규제개혁 작업반으로 재편성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의 공무원 감축작업의 시작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인수위는 이들이 과거 공무원들과는 달리 규제철폐와 민간을 위한 ‘도우미’ 역할을 맡게 된다고 밝혔다.
‘작은 정부’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인수위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다 보니, 각 부처의 ‘칸막이’를 뜯어 외교통일부·농수산식품부·보건복지여성부와 같은 식으로 대부(大部) 개념을 도입했다. 인수위는 기능별로 조정했다고 설명하지만, 서로 다른 부처들의 ‘화학적 결합’까지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영철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제주대 교수)은 “‘줄이는 게 선이고 늘리는 게 악이라는 식’의 부처 통폐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예를 들어 보건복지와 여성 정책 가운데 어느 것을 더 강조하느냐에 따라 한 부처 내부에서도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선인이 경제 살리기를 강조하고 경제 부처들이 대부로 통합되면서, 복지 분야가 예산과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승빈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명지대 교수)은 “부처 통합에 따라 예산과 조직 등이 경제부처로 쏠리지 않도록 복지 분야에도 정책적인 배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또 다른 특징은 기획·조정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국정기획수석과 기획재정부 신설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새 정부의 경제 분야 기능은 크게 기획재정부가 정책기획·조정을 맡고, 지식경제부가 실물경제를 이끌어가는 구조로 짜인다. 컨트롤타워(정책조정 기능)를 만들어 경제정책을 기획하고 총괄 조정하는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게 당선인의 확고한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당선인의 친정체제도 강화됐다. 청와대와 국무총리 기능은 외견상 축소됐지만, 국가인권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 등이 대통령 직속으로 재편됐다.
이러한 개편은, 대기업 최고경영인(CEO) 출신의 이명박 당선인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비서실’이나 ‘기획조정실’처럼 전략의 밑그림을 그린 뒤 강력한 추진력으로 행정 업무를 집행한다는 것이다. 이는 느릿느릿한 행정조직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부처 간의 견제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김중양 전 한국행정연구원장(영산대 법정대 학장)은 “인수위의 조직개편 안은 세계적 추세인 작고 강한 정부를 꾸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하지만 행정조직에서 전략기능을 너무 강화할 경우,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양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혁준 최우성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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