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물러나는 대통령이 거부권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정부개편안 국회서 논의할 일” 거부권 비판
청와대 “한나라 논리와 뭐가 다르나” 반격
이명박 “안되면 눈물로 호소” 원안 통과 의지
청와대 “한나라 논리와 뭐가 다르나” 반격
이명박 “안되면 눈물로 호소” 원안 통과 의지
새 정부의 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청와대의 3각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22일 나온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발언을 놓고 손학규 통합신당 대표와 청와대는 23일 비판-반박-재반박을 거듭했다. 통합신당과 한나라당은 정부 조직개편 내용을 놓고 의견 차이가 심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안 되면 눈물로 호소하는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압박했다.
■ 통합신당-청와대 공방=손학규 통합신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청와대가 거부권 행사나 재심의를 요구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 논의의 흐름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며 “물러나는 대통령이 이런 문제에 간섭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너무 성급하게 앞서가는 바람에, 정부조직 개편안 저지에 나서는 통합신당의 처지를 오히려 궁색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손 대표로서는 이참에 통합신당의 ‘탈 노무현’을 확실히 보여줄 필요성을 느꼈음직하다.
이에 청와대는 ‘격분’했다. 천호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물러나는 대통령이라 부당하다고 했는데, 이는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고 쏘아붙였다. 천 대변인은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손 대표의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 지도자로 충분한 자세를 갖췄는지 매우 의문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우상호 통합신당 대변인은 “청와대가 마치 손 대표가 인수위와 한나라당의 개편안을 찬성한 것처럼 정체성까지 문제 삼은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왜곡”이라며 즉각 사과를 요구했다. 우 대변인은 “진실을 왜곡해서 공격하는 것이야말로 일부 언론의 행태를 따라하는 것”이라고 되받았다.
대통령직 인수위 역시 청와대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발목 잡는 모습은 국민 보기에 안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민은 뒷모습이 아름다운 대통령을 보고 싶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천호선 대변인은 “인수위가 기본적인 의견 수렴도 없이 몇몇 사람을 중심으로 안을 만들고, (국회) 행자위에서 1주일 만에 군사작전 하듯 몰아붙이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며 “인수위는 다른 대안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 한나라당-통합신당 개편내용 대립=본격적인 국회 심의를 앞두고 개편 내용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통합신당 대립도 심해지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 진영에선 “조직 개편안은 일점 일획도 손을 댈 수 없다”는 초강경 분위기까지 드러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통합신당이 ‘대안 없는 발목잡기’에 나설 경우 ‘제 무덤을 파는 꼴’이라는 자신감의 발로로 보인다.
그러나 통합신당은 이날 정부조직개편 특위(위원장 김진표) 첫 회의를 열고, 통일부뿐 아니라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등의 통폐합 방향에도 찬성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정했다. 최재성 원내공보부대표는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등 첨단 부처만큼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게 오늘 회의의 결론”이라고 밝혔다.
■ 이 당선인 “안 되면 눈물로 호소”=이명박 당선인은 이날 한나라당 원내대표단 및 행정자치위 소속 의원들과 벌인 만찬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 원안 통과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당선인은 “김대중 정권이 출범할 때는 한나라당에서 다 협조를 해 주지 않았느냐”며 “설 전까지 데드라인으로 해서 처리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때까지도 잘 안 되면 내가 눈물로 호소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유신재 기자 jieuny@hani.co.kr
■ 이 당선인 “안 되면 눈물로 호소”=이명박 당선인은 이날 한나라당 원내대표단 및 행정자치위 소속 의원들과 벌인 만찬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 원안 통과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당선인은 “김대중 정권이 출범할 때는 한나라당에서 다 협조를 해 주지 않았느냐”며 “설 전까지 데드라인으로 해서 처리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때까지도 잘 안 되면 내가 눈물로 호소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유신재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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