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민주노동당 비대위 대표(가운데)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2차 워크숍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당체제 정비 방안과 총선 대응 전략 등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노 비대위, 당쇄신-탈당제동 두 토끼 겨냥
새달 당대위 통과 불투명…자주파 일부 온건론
새달 당대위 통과 불투명…자주파 일부 온건론
심상정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당내 ‘뜨거운 감자’였던 일심회 사건에 대해 관련자 제명이라는 정면 돌파를 선택함에 따라, 민노당은 2월3일 당대회까지 ‘종북(從北)주의’ 청산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자주파(NL) 일부는 종북주의 청산 주장에 대해 ‘당 위기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반박해 왔다.
심 대표는 비대위를 맡은 직후부터 “편향적 친북정당의 이미지를 벗겠다”며 일심회 사건 등에 대한 ‘성역 없는 평가’를 예고했다. 당의 이미지가 ‘친북’으로 덧씌워지는 문제 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태도를 둘러싼 정파간 갈등이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당의 대중적 이미지가 악화했다는 문제의식에서였다. 심 대표는 자주파 일부의 ‘북핵 자위론’ 주장과 북핵과 관련한 대선 공약에 대해서도 ‘강령 위반’으로 규정했다. 이 참에 ‘종북주의’ 논란에 대해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것이다. 이런 강경한 태도에는 종북주의 비판을 내걸고 탈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일부 강경한 평등파를 붙잡으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주파 쪽에선 비대위가 한 쪽의 의견만 대변하는 정파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자주파는 “대선 참패원인을 종북주의에서 찾는 것은 당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평등파(PD) 쪽의 정치공세”라는 의구심을 나타내 왔다. 이용대 전 정책위의장은 “비대위는 대선 이후 당내 상황을 수습해 총선 체제로 가야 하는데, 현재 정세와는 무관한 논쟁을 다시 끄집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종북주의 청산’을 핵심으로 하는 심 대표의 혁신안이 2월3일 당대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만약 무리 없이 통과된다면 ‘심상정 비대위’가 지도력을 확보하게 되고 신당파도 창당에 힘을 받기 어렵다. 그러나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주파가 이런 방안을 거부한다면, 비대위 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민주노동당은 본격적인 분당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주파의 핵심인사인 김창현 전 사무총장은 “(심 대표가 제안한) 안에 대해선 주체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토론할 것은 하고, 수정할 것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대표의 안을 무조건 거부하지 않고 논의해보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읽힌다.
비례대표 후보 1~8번을 전략공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자주파 내에서도 온도 차이가 있다. 강경파는 전략공천 방침 자체가 당원의 결정권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온건파는 정파간 의견을 모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후보를 내세우면 된다는 쪽이다.
한편에서는 당이 깨지는 데 대한 부담감 때문에 자주파가 결국 심상정 대표의 손을 들어줄 것이란 전망을 한다. 부결시키는 건 자주파로서도 너무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심 대표 쪽의 핵심 관계자는 “우리는 다 걸었다. 이 안이 부결되면 민주노동당은 사라진다. 공은 자주파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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