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부인이 소유한 경기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농지 위치.
당선인 비서실 “편법 재산증식 얘기 불구, 자체검증서 파악못해”
새 정부의 첫 교육과학부 장관 후보로 거론돼 온 어윤대(63) 전 고려대 총장이 마지막 순간 낙마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8일 김도연 서울대 교수를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발표했다.
어 전 총장은 이미 지난주부터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된 상태였다. 언론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어 전 총장을 새 정부의 첫 교육부 장관 내정자로 보도했고, 당선인 비서실 쪽도 이를 사실상 시인한 바 있다. 어 전 총장이 낙마할 수 있다는 기류는 내각 발표 당일 오후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나타났다. 당선인 비서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그동안 국무위원 후보로 보도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고,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당선인이 어 전 총장을 더 중요한 다른 자리에 기용할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어 전 총장의 갑작스런 낙마 배경엔 부동산 투기의혹 등 재산 문제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선인 비서실 쪽은 이 문제 탓에 어 전 총장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 <한겨레>는 이날 어 전 총장의 부인 정아무개(60·ㅇ대 교수)씨가 1988년 위장전입을 통해 경기 고양시 논밭 4천여평을 사들인 사실에 대해 어 전 총장에게 해명을 요청했다. 이 당선인의 한 측근은 “어 전 총장 교체는 오늘 갑자기 결정됐다”며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은 오래 됐지만 오늘 갑자기 교체 필요성이 불거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선인 비서실의 핵심 관계자는 “어 전 총장이 재산이 많고, 특히 부인이 편법으로 재산을 많이 모았다는 것을 정밀 검증 과정에서 알게 됐다”며 “오늘 결정적으로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어 전 총장 본인이 장관직을 고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오랫동안 교수를 해 온 분들이 자기관리에 철저하지 못해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새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으로는 애초 오세정 서울대 자연대학장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본인이 고사한데다 교육부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과학기술계의 반발 탓에 어 전 총장이 내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주변에선 어 전 총장이 내정 단계에서 막바지에 낙마한 것을 두고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 정도의 사항은 매우 기초적인 검증 사항에 속하기 때문이다. 어 전 총장은 참여정부에서도 교육부 장관 등 두어 차례 하마평에 올랐지만, 최종 낙점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어 전 총장이 부동산 등 검증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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