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4·9총선 ② 명암 차별화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경기 고양덕양갑)는 주머니에 5가지 명함을 넣고 다닌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서 만나는 젊은 직장인들한테는 “검증된 실력”이라고 적힌 명함을, 덕양구 북부 농촌 지역에서는 댕기머리를 땋은 초등학교 시절 사진을 넣어 푸근함을 강조한 명함을 뿌린다. 어르신용 명함은 글자 크기를 키웠고, 장애인용 점자 명함도 잊지 않고 챙긴다. 명함마다 유권자 특성에 맞는 정책 공약을 집어 넣었다.
‘명함 뿌리기’는 선거 운동의 기본이다. 9×5㎝ 크기의 종이에 얼굴이나 경력, 정책 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담아내느냐, 유권자들의 손에 어떻게 전달해 버리지 않고 보게 만드느냐는 중요한 선거 전략이다. 심 후보는 도농 복합지역이라는 지역구 특성에 대해 고민하다 ‘유권자 맞춤형 명함’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명함은 상대 후보와의 차별성을 각인시키기 위한 도구로도 쓰인다. 김영주 통합민주당 의원(서울 영등포갑)은 명함에 “말꾼이냐 일꾼이냐”는 구호를 담았다. 경쟁자인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강성 이미지의 대변인 출신이라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들은 주로 이름을 큼지막히 새겨 넣는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 명함’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즉석복권처럼 명함 아랫부분을 긁으면 공약이 나오는 ‘스크래치 명함’, 뒷면에 실종어린이찾기 광고를 넣은 명함도 있다.
명함이 정치 진출의 문턱이 높은 장애인 후보에게는 또다른 문턱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윤석용 한나라당 후보(서울 강동을)는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다니는 지체장애 2급 장애인인데, 17대 총선 때 대리인을 통해 명함을 돌리다 수십 차례 경고와 고발을 당했다. 장애인에게 특별한 예외를 규정하지 않은 선거법 조항 탓이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는 장애인 후보가 활동보조인 1명을 추가로 둘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중앙선관위에 요청했고, 다행히 “무방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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