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태 기무사령관(오른쪽)이 4일 오전 국회 국방위에서 이상희 국방부 장관의 소개를 받자 의원들에게 경례하고 있다. 김 기무사령관은 이날 국방위원들에게 탈북자 위장 여간첩 사건과 관련한 비공개 보고를 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정원법 개정 움직임
MB정부, 촛불시위 겪으며 법개정 필요성 절감
“정보정치 악용…10년간 노력에도 역행” 우려
MB정부, 촛불시위 겪으며 법개정 필요성 절감
“정보정치 악용…10년간 노력에도 역행” 우려
국가정보원이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된 국가정보원법 개정 방향의 요체는 ‘직무범위의 무한 확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외형상으론 기존에 규정돼 있는 다섯 가지 직무에 ‘등’이란 단어 하나를 추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등’의 포괄성과 추상성으로 인해 직무범위는 아무런 제한 없이 풀리게 된다. 게다가 국정원의 ‘숙원’이라 할 수 있는 테러방지법과 통신비밀보호법 등이 제·개정되면 국정원은 ‘모든 문제 정보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완벽한 기반을 갖추게 된다.
한나라당은 현재 172석에 이르는 절대 과반 의석을 갖고 있어, 이런 법안들의 입법을 추진하는 데도 제약이 없다.
국정원이 직무범위의 확장을 꾀하는 데는 ‘정권 차원’의 필요와 정보기관이 갖는 기본적인 팽창 욕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여러 소식통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명박 정부는 김성호 국정원장의 부임 직후부터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지금보다 크게 확장하고 권한을 강화하려는 준비 작업을 벌여왔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촛불시위라는, 전혀 예상 못한 ‘정치적’ 국면을 경험하며 그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을 가장 적절히 설명해준 사람은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다. 그는 지난달 28일 “국정원이 연말까지 체제를 재정비해 국가 안보와 국가 정책의 장기적 과제, 단기 처방 등과 관련해 거듭날 것을 주문했다”며 “금강산 사건이나 촛불 정국에서 국정원의 역할이 없었다. 국정원이 최고 정보기관으로서 본래의 기능을 빨리 되찾아야 나라가 안정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홍 원내대표가 언급한 “국가정책의 장기적 과제와 단기 처방”의 수립, “금강산 사건이나 촛불정국에서 역할” 등은 현재의 국정원법이 정한 직무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다. 그러니 차제에 법을 바꿔 그런 일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와 한나라당의 포석인 셈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어두운 과거’가 있는 까닭에 이런 입법 시도는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 직무범위가 제약 없이 확장되는 데 따른 문제점은 말할 것도 없다. 이 밖에 테러방지법은 국가정보원장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두고 국방부와 행정안전부, 법무부 등 관련 부처와 기관의 대테러업무를 기획·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휴대전화와 전자우편, 인터넷 쪽지(메신저)도 감청이 가능하게 하고, 통신사가 각 개인의 통화내역과 인터넷 이용 기록 등을 1년 이상 의무적으로 보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정보위원회 위원을 지낸 최재천 변호사는 “국정원을 탈정치화시켜 온 지난 10년의 노력에 역행하고, 유사한 정보기관간 정보교류와 융합을 지향하는 세계적 추세와도 어긋난다”며 “권력자가 과연 정보정치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국정원은 그런 의도에 이용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기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는 “국정원 연락관들이 ‘정책 조정’ 운운하며 정부부처는 물론 기업체, 심지어 검찰청과 사법부의 판사실까지 무상으로 드나들던 시절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며 “특히 법률가 출신 원장이 그런 일을 추진하다니, 그 발상이 놀랍다”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다른 정부 기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는 “국정원 연락관들이 ‘정책 조정’ 운운하며 정부부처는 물론 기업체, 심지어 검찰청과 사법부의 판사실까지 무상으로 드나들던 시절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며 “특히 법률가 출신 원장이 그런 일을 추진하다니, 그 발상이 놀랍다”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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