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전경.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김성호 원장 - 김주성 기조실장
‘형님사람’ 김실장 통해 간접 친정체제
원장 판공비 집행내역 따지며 ‘불화’
강원지부장 자리놓고 2차장과도 싸움
‘형님사람’ 김실장 통해 간접 친정체제
원장 판공비 집행내역 따지며 ‘불화’
강원지부장 자리놓고 2차장과도 싸움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김주성 기획조정실장을 통해 국정원에 대한 친정체제를 강화하면서 내부의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김성호 원장, 김회선 2차장(국내 담당)과 ‘이상득 사람’으로 분류되는 김주성(61) 기획조정실장 사이에 불화 또는 갈등설이 새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집권 이후 여러 후보 중에서 영남(경남 남해) 출신에 고려대를 나온 김성호 전 법무장관을 국정원장에 앉혔다. 집권 이전에는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지만, 김 원장의 ‘친기업 활동’에 감명을 받은 이 대통령이 그를 낙점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국정원의 살림살이를 주관할 기획조정실장에는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김 실장을 발탁했다.
김 실장은 올 3월 이전까지만 해도 국정원과 아무런 인연이 없었다. 경북 봉화 출신인 그는 1997년 환란 이후 위기에 빠진 코오롱그룹에서 구조조정본부장으로 수완을 발휘하는 등 주로 기업의 간부로서 중요한 이력을 쌓은 사람이다. 그런 그를 ‘정치인 이명박’과 연결해 준 사람은 이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득 의원이다. 김 실장은 코오롱그룹에 함께 근무했던 이 의원의 천거로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5년 12월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발탁됐다. 이 때문에 김 실장은 ‘이상득 사람’으로 분류된다.
상호 견제 효과를 노린 것인지, 권력 분점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대통령은 이상득-김주성 라인을 통한 ‘간접적 친정체제’를 선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불씨가 되고 있다.
국정원 내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김 실장은 최근 김 원장의 판공비 집행 내역을 놓고 불화를 빚고 있다고 한다. 김 실장이 집행 내역을 파고들자 김 원장이 이를 월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초 김 실장이 임명된 뒤 코오롱그룹 근무 시절의 비위사실을 내사한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두 사람 사이를 멀어지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김 실장은 또 3월 초 공석이 된 강원지부장 자리를 놓고는 김회선 2차장과도 ‘한판’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 계선상 지휘권자인 2차장이 한 사람을 천거했는데, 김 실장은 김 실장대로 후보자를 찍었고, 이 때문에 김 차장은 물론 김성호 원장도 불쾌해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는 결국 원장 비서실장 출신 인사가 임명됐다.
국정원 내부 인사는 “원장과 기조실장 불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며 “강원지부장 건처럼 인사는 물론 예산 편성과 집행에 칼자루를 쥔 기조실장의 권한도 막강해, 원장을 우습게 알기 시작하면 사사건건 부닥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단행된 1급 이상 고위직 인사를 놓고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상득-김주성 라인이 인사 전횡을 하는 바람에 티케이(대구·경북) 인사들이 득세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올라갈 만한 사람이 올라갔고, 책임질 만한 사람이 물러난 것”(국정원 내부 인사)이라는 인사평도 나오지만, 참여정부에서 ‘잘나가던’ 피케이(부산·경남) 출신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서 밀려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다른 국정원 간부는 “지역 편중 인사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고, 이번 인사를 통해 서서히 티케이로 (중심이) 옮겨가는 조짐이 나타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관련기사]
▶ 대통령 독대 부활…국정원 ‘통치기구화’ 가속
▶ 국정원 ‘원장-기조실장 충돌’…내부갈등 커진다
▶ 국정원 “안보 사각지대 없애야”
▶ 휴대전화·인터넷 엿듣고 엿보고 대테러센터장 국정원장이 제청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국정원 내부 인사는 “원장과 기조실장 불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며 “강원지부장 건처럼 인사는 물론 예산 편성과 집행에 칼자루를 쥔 기조실장의 권한도 막강해, 원장을 우습게 알기 시작하면 사사건건 부닥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단행된 1급 이상 고위직 인사를 놓고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상득-김주성 라인이 인사 전횡을 하는 바람에 티케이(대구·경북) 인사들이 득세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올라갈 만한 사람이 올라갔고, 책임질 만한 사람이 물러난 것”(국정원 내부 인사)이라는 인사평도 나오지만, 참여정부에서 ‘잘나가던’ 피케이(부산·경남) 출신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서 밀려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다른 국정원 간부는 “지역 편중 인사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고, 이번 인사를 통해 서서히 티케이로 (중심이) 옮겨가는 조짐이 나타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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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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