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왼쪽) 전 대통령과 심상정(오른쪽) 진보신당 공동대표
심 “무분별한 개방 고해성사” 촉구
노 “금융위기와 FTA는 무관” 반박
노 “금융위기와 FTA는 무관” 반박
노무현 전 대통령과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놓고 날 선 논쟁을 벌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심 대표가 지난 12일 한-미 에프티에이에 대한 ‘고해성사’를 촉구하는 공개 편지를 보낸 데 대해, 지난 16일 밤 토론 사이트 ‘민주주의 2.0’에 장문의 반박 글을 올렸다.
심 대표는 공개 편지에서 “노 전 대통령이 추진한 한-미 에프티에이와 동북아 금융허브론은 세계를 금융위기에 몰아 넣은 미국 금융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미 에프티에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무분별한 개방”이라고 규정하면서 노 전 대통령에게 “금융 자유화를 제도 선진화로 잘못 이해한 한-미 에프티에이의 과오를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한-미 에프티에이는 이번 금융위기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개방은 세계적인 대세고, 개방을 안 한 나라 중에는 잘사는 나라가 없다”며 “(개방의) 결과를 보면 우리 시장을 외국기업에 다 내주지는 않았다. 농업과 재래시장 등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에 빠진 사람이 많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개방을 하지 않으면 구조조정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자동차 시장 개방에 대해서도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이 궤멸할 것”(심 대표), “너무 침소봉대하고 있다. 우리가 보호정책으로 대응할 분야가 있다면 그건 자동차 산업 분야가 아니라 다른 분야”(노 전 대통령) 등 상반된 주장을 폈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심 대표가 자신을 ‘신자유주의의 강력한 추진자’라고 비판한 대목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신자유주의는 한마디로 ‘작은 정부’ 사상인데, 개방이라는 일부 교리를 수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작은 정부의 사상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 아닐 경우에는 신자유주의로 규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력은 했으나, 경제적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심 대표가 주장한 만큼의 진보를 이뤄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다. 왜 그 정도밖에 가지 못한 것인지는, 심 대표가 이 나라의 주류 정치세력이 되지 못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틀에 걸쳐 썼다는 이 글에서 “제게 고해성사를 요구하는데 그것은 토론이라고 할 수 없고, 예의에 맞는 일도 아니다”라며 불편한 감정도 나타냈다. 심 대표는 17일 “토론이 시작돼 반갑다”며 재반박을 예고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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