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20개~30개로 압축”
강행처리 가능성 비쳐
민주, 수읽기 싸움 돌입
강행처리 가능성 비쳐
민주, 수읽기 싸움 돌입
25일이 지나갔다.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성탄절 휴전’이 끝난 것이다. 이제 여론의 관심은 ‘칼자루’를 쥔 한나라당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연말 대공세에 나설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여야도 상대 전략을 간파하느라 치열한 ‘수 읽기 싸움’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절대 과반인 172석을 갖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따져보면 선택지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일단 민주당 의원들이 핵심 상임위원회 회의실 세 곳(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행정안전·정무)과 국회의장실을 계속 점거하고 있어 정상적인 법안 상정과 처리가 어렵다. 우여곡절 끝에 개별 상임위를 통과한다 해도 ‘노루목’인 법사위가 기다리고 있다.
점거농성은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하면 강제 해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 1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일방적으로 상정하는 과정에서 격렬한 충돌을 빚은 바 있어 상당한 부담을 무릅쓰지 않고서는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 다른 한편으론 이명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스스로 정해 놓은 ‘연내 처리’ 시한이 다가오면서 시간에 쫓기는 처지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결국 한나라당은 김형오 국회의장을 움직여 직권상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 상임위에 ‘회부’만 되면 언제든지 직권상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유력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반드시 통과시킬 법안을 애초 114개에서 20~30개로 압축하는 것 자체가 직권상정을 위한 수순 밟기라고 보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보기에 정말 불가피했다고 느낄 만한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오늘부터 2차로 중점처리 법안 선정작업에 들어갔다”며 “미디어 관련 법안은 경제 살리기 법안이고, 사이버 모욕죄는 여론의 지지가 세 배 가량”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재외국민 참정권을 허용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헌법 불합치 판정이 내려진 법안을 비롯해 출자총액 제한제 등 경제 관련 법안, 복면 착용을 금지한 집회·시위법 개정안 등을 포함해 20~30개 정도로 핵심 처리법안이 추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작전 결행일’(디 데이)은 29~30일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26일부터 주말까지 모든 상임위 소집, 성명전 등을 통해 명분을 더 쌓은 뒤 29일부터 본격 공세를 시작해 30일 직권상정을 시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서갑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9~30일로 보고 있다”고 했고, 조정식 원내 대변인은 “31일 날치기를 해, 새해 1월1일 벽두부터 몸싸움 장면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은 한나라당도 피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라당 처지에서 가장 큰 변수는 김 의장이다. 국회법의 권한을 갖고 있는 김 의장이 나서 줘야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김 의장과 통화했다. 한나라당이 일방 처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려면 예산안 처리 때와 같이 자유선진당을 끌어안는 ‘모양 갖추기’도 중요하다. 김 의장은 이날 한남동 공관에서 두문불출하며 외부 접촉을 피했고,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권선택 자유선진당 원내대표를 만나 민주당과의 중재안을 논의했다. 강희철 성연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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