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 싸우겠다면 긍정적”…정 전 장관 뜻은 오리무중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수도권 재보선에서 치열하게 싸우겠다면 ‘예스’다. 그러나 손쉽게 당선될 수 있는 곳에 나가겠다면, 그건 ‘노’다”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이 최근 정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에 대해 보인 반응이다. 전주 덕진은 김세웅 의원(민주당)이 지난 24일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잃음에 따라 ‘자리’가 난 곳이다.
고개를 흔드는 사람은 박 정책위의장 뿐만이 아니다. 정세균 대표는 “그런 생각을 해볼 겨를이 없다”며 언급을 피하고 있으나, 비서실장인 강기정 의원은 “당 지도부의 생각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사무총장도 “지금은 당의 전투력을 높일 사람이 필요하다”고 반대의 뜻을 에둘러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사정은 전혀 다르다. 앞으로 재·보선 날짜까지 4개월 정도가 남았는데도, 정 전 장관의 출마설이 파다하다.
물론 본인의 의중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지난 1일 <전북도민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던 그는 최근 ‘역풍’을 우려한 때문인지 국내에 있는 측근들에게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정동영 캠프의 한 핵심 인사는 “정 전 장관이 ‘내 거취와 관련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말고, 특히 언론 접촉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말이 나온 것은 김 전 의원의 확정 판결 이전이라서,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정동영 캠프의 ‘좌장’ 격인 최규식 의원은 25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제는 (얘기해도 될) 상황이 됐으니 다음 주쯤 (정 전 장관 스스로) 뭔가 말씀이 있지 않겠느냐”며 “정치를 긴 호흡으로 보면 일단 원내진입이 중요하다. 난 전주 덕진 출마를 권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부 적극 출마론자들은 공천을 못받을 경우, ‘무소속’으로라도 나와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한다.
정 전 장관이 입을 열어 분명하게 뜻을 밝히기 전까지는, 이 문제가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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