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감사원장(왼쪽)이 20일 오전 국회 법사위에 나와 박지원 의원의 인권위 축소 지시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국회 법사위 답변…행안부 ‘감사결과 왜곡’ 의혹
“정원 모자라니 조직단위 재배치 필요성 말한것”
“정원 모자라니 조직단위 재배치 필요성 말한것”
행정안전부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정원의 30% 감축’을 요구한 것은 감사원의 감사결과 처분 요구서를 심각하게 왜곡해 빚어진 일로 드러났다. 행안부는 그동안 “인권위의 조직 감축 필요성이 크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근거로 인권위 인원 감축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김황식 감사원장은 20일 그런 감사 결과를 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감사원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현안보고를 하러 나와 “감사원에서 (행안부에) ‘인권위 정원을 30% 감축하라, 얼마를 감축하라’고 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인권위의 정원이 미달되기 때문에 인권위 내 조직과 국 사이에 인원을 조정하라는 것이었지 인원을 축소하라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국회에 제출된 감사원의 국가인권위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결과 처분 요구서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감사원은 요구서에서 “인권위는 ‘2008년도 정부조직 관리 지침’ 등에 비추어 정부의 과(팀)·국별 표준규모 기준에 어긋나게 조직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국·과별 인원은 표준규모에 미달인 반면, 국·과의 수는 과다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원’을 줄이라는 것이 아니라 인원에 비해 조직이 너무 난립해 있으니 이를 축소·조정하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행안부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라며 인권위에 30% 정원 감축을 요구했고,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도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감사원의 진단”을 근거로 거론하며 “정원 감축을 집행하도록 하겠다”며 강행 방침을 밝혔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제 감사원 권고의 실체적인 내용이 밝혀진 만큼 행안부는 인원 감축 요구를 거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형만 행안부 사회조직과장은 “감사원의 지적을 업무에 참고했을 뿐, 그에 따라 인권위 인원 감축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다른 기관에 비해 인원 점검 조정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김 원장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의 ‘비비케이(BBK) 의혹 대책팀’ 팀장을 지낸 은진수 변호사가 지난 11일 감사원 감사위원에 임명된 것과 관련해 청와대의 제청 지시를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은진수 감사위원의 임명 제청과 관련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았느냐”는 박지원 의원의 질문에 “그걸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더 이상 답변하지 않았다.
강희철 길윤형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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