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애창곡…분향소에 틀어
20일 저녁 광주 옛 전남도청 안 김대중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목포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공식 분향소가 차려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도 민중가요인 ‘광야에서’와 ‘목포의 눈물’이 번갈아 들렸다. 목포역 앞 분향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목포의 눈물’은 일제 때 조선인들의 설움을 가수 이난영씨가 절절하게 표현한 노래다. 이 노래는 ‘고향의 봄’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의 애창곡이었고, 1970~80년대 호남 사람들의 소외와 고통을 대변하기도 했다.
이 노래는 호남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팀 해태 타이거즈의 응원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야구장에서 이 노래가 처음 불린 것은 1983년 해태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 때였다. 이 노래는 또 독재정권 시절 탄압받던 김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암호’였다. 당시 해태의 홈런 타자였던 김봉연 극동대 교수(사회체육학)는 “한국시리즈 7차전 때 응원 밴드가 갑자기 ‘목포의 눈물’을 연주하자 관중들이 모두 따라 불렀다”며 “시대 상황이 암울했던 때라 호남 사람들은 야구장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위로받았고, 김 전 대통령을 떠올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1987년 김 전 대통령이 가택연금에서 풀려났을 때 지지자들이 동교동 집 앞에서 불렀던 노래도, 1997년 첫번째 평화적 정권교체 때 시민들이 불렀던 노래도 ‘목포의 눈물’이었다. 2006년 10여년 만에 목포를 찾아온 김대중 전 대통령이 눈시울을 적시며 이 노래를 부른 데는 이유가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이 가는 곳 어디서나 ‘목포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연주도 필요 없었다. 누군가 부르기 시작하면 거대한 합창이 됐다.” 1967년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치 역정을 함께해온 정석봉(66) 목포시 의원은 그렇게 회고했다. 오랫동안 김 전 대통령을 상징해온 ‘목포의 눈물’은 그의 마지막 길에도 동행하고 있다. 광주 목포/정대하 정유경 기자 daeh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