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장안 지역구 선거는 애초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모양새였다. 한나라당이 인지도가 높은 박찬숙 후보를 공천한 반면에, 민주당 이찬열 후보는 무명의 도의원 출신이었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50%에 육박했으며 정당지지도에서도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10% 이상 앞섰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초 이 후보는 박 후보한테 민주당 여론조사 기준으로 무려 20%포인트 가까이 뒤졌다. 그런데 선거전 개막 뒤 이 후보의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해 막판에 5% 차이까지 추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조사 기준으로는 1% 차이로 한차례 역전도 시켰다.
실제 개표 결과는 더욱 놀라웠다. 이 후보가 여론조사 격차보다 더욱 큰 6.5% 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는 숨은 1인치가 또다시 나타난 것이다. 더욱이 수원 장안은 2004년 총선 때 탄핵바람을 타고 심재덕 열린우리당 후보가 한 차례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진보개혁 성향 정당 후보가 발붙이지 못하던 지역이었다.
추격의 견인차는 역시 30~40대 야당 지지자들의 ‘귀환’으로 해석된다. 실제 현장에선 새벽과 저녁 퇴근 시간대에 샐러리맨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하는 모습이 보였다. 투표율도 35.8%로 재보궐 선거치곤 매우 높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때는 수도권 도시 지역 재보궐 선거의 투표율이 20%선에 머물고, 장·노년층이 주로 참여했다.
젊은 야당 지지자들의 귀환 양상이 수도권에서 나타나기는 지난해 4월 18대 총선 뒤로 이번이 네번째이다. 이에 따라 총선에서 참패했던 민주당은 그뒤 2008년 6·4 지방 재보선과 올해 4·9 경기도교육감 선거, 4·29 재보궐 선거 등으로 불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관심사는 이런 흐름이 내년 지방선거에도 재연될 것이냐 여부이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 공세를 비롯해 여당 입장에서 최상의 언론·정치환경이었음에도 야당 지지자들이 결집했다”며 뒷심 지속을 기대했다. 반면에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재보궐 선거는 으레 견제심리가 발동하는 특수성이 있으며, 전국 단위로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이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과 별개로,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에 거둔 ‘40대 0 불패 신화’와 최근 흐름에는 또다른 차이점이 있다. 당시 한나라당이 정당지지도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가운데 재보선 연승 행진을 폈던 반면에, 지금의 민주당은 정당지지도에서 뒤진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이 뭘 잘해서 강력한 지지를 끌어냈다기보다는 반사이익 성격이 강하고 따라서 취약성도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박창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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