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외교, 통일, 안보에 관한 질문에서 김태영 국방부장관에게 천안함 침몰 사진을 보여주며 질문을 하고 있다.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군 위기대응 ‘총체적 위기’
‘핸드폰 구조요청’뒤에야 파악…초기대응 실패
장관 대신 합참이 청와대 보고…군령체계 엉망
* KNTDS: 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
‘핸드폰 구조요청’뒤에야 파악…초기대응 실패
장관 대신 합참이 청와대 보고…군령체계 엉망
* KNTDS: 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
지난달 26일 밤 9시21분 57초. 백령도 서남쪽 바다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한국형 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KNTDS)에서 사라졌다. 함정의 위치정보를 보내는 자함 위치 신호의 작동이 중단된 것이다. 해군 관계자는 8일 “이 경우라면 함정의 전자 장비 결함이 있어서 케이엔티디에스상 자함 위치 신호가 없어진 것인지 아니면 침몰이 됐던 것인지 확인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은 7일 중간 조사 결과 발표 때 사고 발생 직후 천안함에서 휴대폰으로 보고하기 전까지 군 당국에서 어떤 초기 조처를 취했는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군 발표대로라면 사고 발생 6분 뒤인 밤 9시28분 천안함 포술장 진아무개 대위가 핸드폰으로 2함대 상황실에 첫 상황 보고를 하고 구조 요청을 하기 전까지 군 당국은 사고 발생을 알지 못했다는 의미다.
케이엔티디에스는 해군 2함대사령부 뿐만 아니라 해군작전사령부, 합동참모본부, 공군 방공통제소, 청와대 등 주요 국가기관의 지휘통제실과 연결돼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내준다. 그런데 어느 곳에서도 승조원 104명이 타고 있는 1200t급 초계함인 천안함이 북방한계선 10㎞ 이남 해역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작전을 펼치다 갑자기 사라졌는데도 아무런 대응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천안함이 사고 직후 정전돼 모든 통신장비가 불통이 됐다고 하나 비상연락수단은 있었다. 합조단의 7일 중간조사결과 발표를 보면 함수 쪽으로 대피한 포술장은 비상시 건전지로 가동되는 군 무전기를 갖고 있었고, 생존자 중 장교·부사관이 갖고 있던 휴대폰도 5대가 넘었다. 군 소식통은 “사고 발생 직후 대피와 구조에 경황이 없었던 천안함 승조원들이 상황 보고를 미처 못하더라도, 2함대 등 상급 부대에서는 천안함 간부들의 비상연락망을 알아봐서 핸드폰으로 연락하든지 인근에 배치된 해군 함정들에 상황 파악을 지시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 상황 파악뿐만 이후 군사 작전을 총괄하는 군령 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보고도 보고체계도 뒤죽박죽이었다. 원래 천안함 사고에 대응하는 군령 체계는 천안함-2함대사령부-해군 작전사령부-합참-국방부-청와대로 짜여있다.
합참은 사고 발생 29분 뒤인 밤 9시51분 청와대에 “천안함이 침수되고 있다”고 보고를 했다. 하지만 서울 용산 한남동 국방장관 공관에 있던 김태영 국방장관이 합참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은 시각은 밤 10시14분이었다. 합참은 군령체계와 달리 국방장관을 건너 뛰고 청와대에 직보한 것이다. 이 때문에 주무장관인 국방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이 밤 10시에 안보관계장관 회의를 긴급 소집한 지 14분 뒤에야 천안함 사고 첫 보고를 받게 됐고, 국방부 지휘통제실에 들러 급하게 상황을 파악한 뒤 안보관계장관회의엔 밤 11시5분에야 참석했다.
평시 한국군 군사작전의 총책임자인 이상의 합참의장도 밤 9시47분께 휴대폰으로 첫 보고를 받았다. 합참의장은 사고 당일 합참 주최 토론회가 있어 충남 계룡대에 갔다가 기차를 타고 상경 중이었고, 밤 10시33분 서울 용산역에 도착할 때까지는 핸드폰으로 천안함 관련 상황 보고를 받았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군령권자인 합참의장도 사고 발생 초기 1시간 동안 휴대폰으로 군 작전을 지휘한 것이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청와대로 가다가 상황 파악차 해군작전사령관에게 전화를 해 통화하던 중 속초함의 함포 발포 사실을 허락하기도 했다. 합참은 국방장관을 건너뛰고 청와대에 직보하고, 해군작전사령관은 합참의장을 건너뛰고 국방장관에게 먼저 보고한 셈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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