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소식통 밝혀…6월초 합참에 효과 의문제기
미국 부정적 태도가 재개 유보에 영향 미친듯
미국 부정적 태도가 재개 유보에 영향 미친듯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이 정부의 천안함 관련 ‘5·24 대북조처’ 발표 직후 이상의 당시 합참의장을 만나 한국군의 대북 확성기 선전 방송 재개 방침에 사실상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관계에 밝은 복수의 군 소식통은 6일 “샤프 사령관이 이상의 합참의장에게 대북 확성기 선전 방송의 목적과 효과에 의문이 있으며 특히 남북한의 군 사이에 교전이 발생했을 때 대비계획이 있느냐고 물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군에서는 샤프 사령관의 이런 의견 개진을 대북 확성기 선전 방송 재개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샤프 사령관은 6월 초 이상의 당시 합참의장과 조찬을 겸한 만남에서 이런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샤프 사령관은 한국 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 방침 공표에 앞서 국제법상 군사분계선 관련 사항의 당사자인 유엔사(주한미군) 쪽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
군 당국은 ‘5·24 대북조처’의 하나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방침을 밝혔고, 군사분계선(MDL) 11개 지역에 확성기를 설치했다. 하지만 지금껏 확성기 방송을 실제 하지는 않고 있으며 대북 심리전용 전광판 운용 계획은 사실상 취소했다. 군 소식통은 “대북 심리전과 관련한 한-미 군 당국간 협조가 원할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남쪽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방침에 대해 북쪽은 “조준격파사격”(5월26일 남북 장성급회담 북쪽 단장 명의 통지문), “전면적 군사적 타격 행동” “서울 불바다”(6월12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중대포고’) 등의 위협을 거듭하고 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지난달 11일 국회 천안함 특위에 나와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 방송 재개 시기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 모두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조처가 끝나고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해 홀딩(보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군의 이런 유보적인 태도에는 미국 쪽의 부정적 태도가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그로스 전 오바마 대통령후보캠프 아시아정책 자문관은 지난달 21일치 <한겨레> 기고에서 한국군의 대북 심리전 공작이 “아무도 그 끝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한반도에서의 광범위한 군사분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고 “한-미 동맹에 균열을 야기하는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무기한 연기 또는 완전 폐기를 주장한 바 있다.
이제훈 권혁철 기자 nomad@hani.co.kr
이슈천안함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