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T 폭발력 360kg으로 키워 지진파 ‘무용지물’
국방부 ‘천안함 과학적 근거’ 스스로 폐기한 꼴
국방부 ‘천안함 과학적 근거’ 스스로 폐기한 꼴
국방부가 티엔티로 환산한 북한제 ‘1번 어뢰’(CHT-02D)의 폭발력을 애초 250kg 안팎에서 360kg으로 키운 것은, 선의로 해석하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차원의 ‘원상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지진파 및 공중음파로 측정한 폭발규모가 ‘1번 어뢰’의 폭발력 360kg에 훨씬 못미치게 돼, 몇 안 되는 과학적 근거인 지진파·공중음파의 측정치를 버려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빠지게 됐다.
일단 폭발력을 수정함으로써, ‘1번 어뢰’에 대한 설명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를 알려면 어뢰의 폭약 구성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필요하다. 통상 폭약의 폭발력은 티엔티로 표시된다. 예컨대 티엔티 1㎏은 티엔티의 무게가 1㎏인 동시에 폭발력이 1㎏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어뢰 폭약의 경우 티엔티 이외에도, 티엔티보다 폭발 성능이 뛰어난 다른 폭약들과 알루미늄 등을 섞어 폭발력을 증대시킨다는 점이다. 합조단도 아르디엑스(RDX)와 에이치엠엑스(HMX) 같은 고성능 폭약이 선체에서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어뢰 폭약량을 티엔티로 환산하면 통상 폭발력이 티엔티 폭발물보다 1.4배에서 2배 정도로 증가한다”고 밝혔다. 어뢰 제작 과정을 잘 알고 있는 국내의 다른 전문가도 “어뢰 탄두의 폭발력은 화약 성분 비율에 따라 단순한 티엔티보다 2배 이상의 폭발력을 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비춰보면, ‘1번 어뢰’를 티엔티로 환산한 폭발력은 제원에 명시된 폭약량 250kg에 1.4~2배를 곱한 값, 즉 350~500kg에 이른다. 국방부가 ‘1번 어뢰’의 폭발력을 가장 보수적인 1.44배(360kg)로 낮게 잡기는 했지만, 얼추 들어맞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국방부가 5월20일 발표 때부터 지금까지 ‘1번 어뢰’에 대해 3개월 넘게 엉터리 설명을 유지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왜 그랬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애초 시뮬레이션 당시 천안함에 가해진 폭발력을 티엔티 250kg으로 특정한 이유를 묻자 “저희가 했다기보다는 미국 전문가들이 처음에 간단한 시뮬레이션을 하고 나서 250kg이 유력하지 않냐고 (해서) 얘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런데 시뮬레이션을 시작한 시점은 4월말~5월초쯤이었다고 한다. 조사결과 발표를 닷새 앞둔 5월15일 갑자기 건져올린 ‘1번 어뢰’의 폭발력에 맞게 발표를 수정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당시 합조단은 5월20일 발표 자리에서 “(티엔티 250kg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가 천안함 손상과 유사하게 나왔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문제는 국방부가 ‘1번 어뢰’의 명예를 회복시키며 치러야 할 대가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첫째, 티엔티 360kg이라는 폭발력은 지진파 및 공중음파로 감지한 에너지 규모와 맞지 않게 된다. 기상청이 추산한 티엔티 140~180kg은 제쳐두고라도, 최대치로 폭발규모를 추정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의 260kg과도 어긋난다. 지진파와 공중음파를 천안함의 침몰 시각과 위치를 특정하는 중요한 근거 가운데 하나로 삼아온 국방부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둘째, 폭발 때 동반되는 물기둥을 설명할 길도 더욱 멀어졌다. 국방부는 지난 6월29일 언론노조 등 언론3단체로 구성된 언론검증위원회와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모의실험 결과로는 물기둥이 200m 정도 치솟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좌현 견시병의 얼굴에 물방울이 튄 것 이외에 물기둥을 직접 목격한 장병이나 초병은 없었다. 생존 장병 등의 부상이 경미했던 점 등에 대해서도 폭발력이 증가함에 따라 국방부는 설명에 더욱 곤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충신 이용인 기자 cslee@hani.co.kr
둘째, 폭발 때 동반되는 물기둥을 설명할 길도 더욱 멀어졌다. 국방부는 지난 6월29일 언론노조 등 언론3단체로 구성된 언론검증위원회와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모의실험 결과로는 물기둥이 200m 정도 치솟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좌현 견시병의 얼굴에 물방울이 튄 것 이외에 물기둥을 직접 목격한 장병이나 초병은 없었다. 생존 장병 등의 부상이 경미했던 점 등에 대해서도 폭발력이 증가함에 따라 국방부는 설명에 더욱 곤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충신 이용인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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