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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김승규씨는 ‘국가정보원장 + 법무장관’?

등록 2005-06-24 14:45수정 2005-06-24 14:45

검찰 보고도 받고 국정원 인사도 내고…노 대통령 인사패턴이 낳은 ‘촌극’

국가정보원장 겸 법무부 장관? 청와대가 현직 법무장관인 김승규씨를 국가정보원장에 내정하는 유례 없는 인사를 단행한 뒤로 ‘희한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김 장관이 검찰과 국정원 양쪽 기관의 내부 일에 동시에 관여하게 되면서, 마치 양대 기관을 한 손에 틀어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 장관은 24일 오전·오후에 걸쳐 과천 법무부에서 전국 검사장 간담회를 주재했다. 1년에 두 차례씩 정례적으로 만나 법무·검찰의 현안을 다루는 자리라고 한다. 법무·검찰의 최대 현안이 형사소송법 개정과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라서, 이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될 예정이다. 차기 국정원장이 현직 검찰 간부들의 보고를 받고, 현안에 대해 의견을 표시하는 부적절한 자리가 만들어진 셈이다. 그는 국정원장에 내정된 뒤인 지난 21일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보고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등 법무장관의 직을 계속해서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 장관은 국정원장의 직무를 사실상 시작했다. 지난 22일 단행된 국정원 시·도 지부장 등 1·2급 부서장급 간부 20여명에 대한 정기 인사는 물러날 고영구 원장 명의로 단행됐지만, 김 장관이 관여했다. 이번 인사는 ‘김 원장 부임 뒤 인사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일부 의견에도 노무현 대통령이 “정기인사는 (예정돼 있던 것인 만큼) 그대로 단행하라”고 한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예정돼 있던’ 인사의 내용은 김 장관이 관여하면서 2~3명이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도 김 장관과 인사협의를 한 사실은 인정을 하고 있다. 김 장관은 국정원장에 임명되기도 전에 현직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가정보원장의 인사권을 행사한 셈이다. 노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한 인사는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과 관련해 “국정원장에 내정했으면 법무장관을 바꾸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면서 “다른 것은 몰라도, 최근 노 대통령의 인사 행태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 보고 땐 부하 이름도 잘못 소개…업무집중도 떨어진 모습

이런 비판은 ‘여의도’에서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에 임명할 수 있는 사정을 감안할 때 김 장관을 국정원장으로 검토하는 것과 동시에 법무장관을 찾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개각이 아니라 법무장관 한 사람을 찾는 일인 만큼 실무적으로도 별 어려움이 없었을 텐데, 왜 김 장관을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있는지 수긍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그 사이 김 장관은 업무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 법사위 현안보고에서는 실·국장을 인사시키면서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장의 이름을 “이만희입니다”라고 잘못 소개했다. 현재 출입국관리국장은 이민희(변호사)씨다. 김 장관이 지난해 7월 부임하기 전부터 이 국장이 그 자리에 있었고, 그 뒤 각종 업무보고와 회의 등에서 거의 매일 얼굴을 마주친 사이라 도저히 헷갈릴 수 없는 일인데도, 김 장관은 이날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했다.

이어진 현안보고 과정에서도,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김 장관이 즉답을 한 것은 전체 질문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 질의에 대해서는 내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듯, 바로 곁에 앉은 김상희 차관의 ‘귀엣말 코치’를 들은 뒤에야 겨우 답변을 이어갈 정도였다.

양대 기관 한 손에 틀어쥔 모습 …“원장 내정과 함께 새 장관 임명했어야”

김 장관은 또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 이은영 열린우리당 의원이 “그 문제는 이제 국회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하자, “국회로 가져오면 안 된다. 국회에 그렇지 않아도 일이 많은데… 우리(검·경)끼리 조정하고, 나중에 대통령님이 직접 (조정)하시면 되는 거지, 왜 국회로 가겨가느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데 왜 국회로 가져가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김 장관은 결국 “국회는 원래 입법을 하라고 있는 곳인데, 장관 말씀이 적절치 않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최연희 법사위원장의 주의까지 들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의 국정원장인 김 장관의 ‘독특한 지위’를 감안할 때 24일 간담회는 장관 스스로 연기했어야 옳다”고 그의 처신을 비판하면서도, “대통령의 묘한 인사패턴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정치부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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