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조합원과 언론단체 회원들이 31일 오후 청와대 들머리에서, 지상파 3사 등이 1일 오전 생중계할 예정인 ‘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의 방송을 중단할 것을 청와대와 방송사 쪽에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언론노조·야당 중단 촉구
방송사들 “거절 이유없다”
방송사들 “거절 이유없다”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기획·연출하고 방송사는 중계 시스템만 빌려주는 ‘대통령과의 대화’ 생방송(2월1일 오전 10시)을 둘러싸고 언론계와 야당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31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낙하산 사장 투하에 이어 언론인 직접 탄압과 비판적 프로그램 ‘사전 검열’의 일상화로 방송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이명박 정권의) 자신감이 이젠 국민의 눈과 귀까지 장악하겠다는 오만으로 표출됐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청와대를 향해 “일방적 정권홍보로 국민들을 기망할 비정상적 대담 프로그램”의 즉각 중단을, 방송사엔 “충성경쟁에 매달려 스스로 국정홍보방송임을 자처하고 나선 모습이 부끄럽지 않냐”며 방송중계 거부를 촉구했다.
<와이티엔>(YTN) 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보수신문들조차 ‘별 희한한 국민 소통을 다 보겠다’ ‘국민과의 대화도 관제형’이란 표현을 써 가며 무늬만 ‘대통령과의 대화’임을 꼬집고 있는 형편”이라며 생중계에 동참한 사쪽에 ‘중계 철회’를 요구했다. 지상파방송사 노조들은 사쪽에 공정방송위원회 개최를 요구해 제작 자율성이 무시된 생중계 편성의 문제점을 따진다는 방침이다.
야당에서도 ‘정권 홍보방송’ 중단 촉구가 분출했다.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아침 회의에서 “이명박 정권이 방송을 사유화하더니 이젠 방송을 통해 일방적 주장과 선전을 하려 한다. 국민을 상대로 독재를 선언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도 “민생고통으로 지친 국민들에게 일방적인 대통령 홍보방송까지 생방송으로 시청하라는 건 너무 심한 일이고 전파낭비”라며 방송중단을 요구했다.
방송사들의 ‘무비판적 생중계 수용’ 자체가 ‘현 정권의 방송장악이 초래한 상징적 현상’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국방송>(KBS) 한 기자는 “대통령 특보 출신 사장이 어떻게 하면 정권에 잘 보일까 고민하다 생긴 결과”라고 지적했고, <문화방송>(MBC) 한 기자도 “김재철 사장 부임 후 권력과의 긴장감이 없어지면서 발생한 참사”라고 표현했다.
반면 방송사들 사쪽은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한국방송 관계자는 “각종 현안이 많은 시점에 대통령 이야기는 뉴스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생중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노조와의 면담에서 “청와대가 주관하든 방송사가 주관하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31일 노조 특보)고 답했다. 주관 방송사인 <에스비에스>(SBS) 관계자도 “(청와대의 기획·제작 주도는) 우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 우리 기자가 대담 진행자인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문영 김정필 송호진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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