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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건보 등 복지 확대땐 국가소송 당할수도

등록 2011-03-07 21:13수정 2011-03-09 12:02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 4당 정책연구소가 7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진보개혁진영의 선택’이란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항래 국민참여당 정책위원장,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이재영 진보신당 정책위원,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최규엽 새세상연구소 소장,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 홍영표 민주당 의원, 박순성 민주정책연구원 원장. 김경호 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 4당 정책연구소가 7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진보개혁진영의 선택’이란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항래 국민참여당 정책위원장,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이재영 진보신당 정책위원,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최규엽 새세상연구소 소장,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 홍영표 민주당 의원, 박순성 민주정책연구원 원장.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건보확대→민간의보 위축→손배소 우려
정부의 사회보장 정책에 재갈 물리게 돼
SSM입지 규제땐 한국정부 법정에 설수도
야4당 정책연 토론내용

7일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진보개혁진영의 선택’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는 복지에 끼치는 한-미 FTA의 ‘역기능’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다. 야 4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서 나온 토론자들은 대체로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 사회에서 비로소 탄력을 받은 복지국가로의 비전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이유로 참석자들은 협정문에 들어 있는 △간접수용(민간기업의 시장 지분을 정부가 공공성을 명분으로 잠식하는 것) 금지조항 △역진방지 조항(레칫 조항: 한번 개방을 하면 부작용이 발생해도 되돌릴 수 없도록 한 것) △투자자의 정부 제소 조항 등을 지적했다. 이런 조항들이 공공영역을 위축시키고, 사회정책을 수행하는 정부의 자율권을 제한해 의료, 교육, 연금 등 사회보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데 큰 어려움을 줄 것이란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이날 토론회는 한-미 FTA가 단순히 상품의 관세율을 낮추는 무역협정이 아니라 향후 한국 사회와 경제제도의 틀을 바꿀 ‘핵 폭풍’ 이라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 복지, 피기도 전에 시든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인 한나라당도 복지확대를 약속하고 있어 최근 복지가 시대정신이 되는 모습이다. 복지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중요한 화두일 것이고, 야당의 연대도 복지국가에 대한 공감대가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토론회에서는 왜 한-미 FTA가 복지국가와 함께 가기 어려운 지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재영 의장(진보신당)은 한-미 FTA가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최규엽 소장(민주노동당)은 “한국은 한-미 FTA 때문에 복지국가가 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표 의원(민주당)은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해야 할 부분”이라는 말로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의 사회정책, 복지정책은 기업과 개인의 이익을 공익을 위해 제한하는 게 본질이지만, 한-미 FTA는 정책과 제도의 많은 부분을 ‘무역장벽’으로 간주해 무력화하려는 협정이라는 것이다. 우석균 실장은 “기업에 대한 직접적 규제는 물론 공공성의 강화를 통해 기업에 (간접적인) 손해가 갈 수 있는 정책의 입안도 힘들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입지를 규제하는 법안이 여야합의로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다가, 홈플러스에 투자한 영국의 테스코사가 제소할 경우 한-유럽연합(EU) FTA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급제동이 걸린 것이 한 예이다. 한-EU FTA는 투자자 제소를 인정하지 않고 단지 해당국 정부의 대리소송만 인정하지만, 한-미 FTA는 한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이 한국 정부를 직접 제3국 재판정에 세울 수 있다. 우 실장은 이렇게 되면 “한국정부의 사회정책 전반에 걸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투자자, 정부 제소’ 조항 등 재협상해야

서비스의 포괄적 개방 조항만 해도 협정문에 유보조항으로 명시된 것을 넘어서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여기서 서비스는 사회정책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데 철도, 가스, 전기, 물, 교육 및 의료, 교도소 및 국방, 연금 등이 해당된다. 이런 것들이 한번 민영화되면 협정을 위반하지 않고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게 한-미 협정의 우려되는 점이라고 토론자들은 지적했다.

이재영 의장은 한-미 협정이 ‘헌법 위의 헌법’ 노릇을 하며 우리의 정책을 사실상 무력화할 것이라며 “한 나라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국가의 정책권한을 위축시켜 시장을 팽창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금융자본의 극대화된 수익창출을 구조화하는 협정”이라고 밝혔다. 정희성 부위원장은 “국회의 정당한 입법권조차 국제중재의 대상이 될 정도”로 한-미 협정은 초국적 기업의 이익과 권리를 우선적으로, 체계적으로 보장한다며 “한-미 양국 모두에서 중소영세 제조업체에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개입 제한’ 등 투자자 이익에만 방점
전기·교육·연금 등 민영화땐 되돌리지 못해
MB정부, 추가 독소조항 굴욕적으로 도입

■ 무상의료 멀어진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건강보험 제도에 미치는 영향이 집중적으로 논의돼, 한-미 에프티에이 발효 이후 전반적인 사회정책의 운명을 예시했다. 최근 민주당이 무상의료를 공약하는 등 야당들은 현재 60% 선에 머무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토론자들은 한-미 에프티에이가 민간의료보험 시장 확장, 영리병원 허용, 의약품 및 기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져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을 흔들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큰 병이 걸려도 돈 걱정 없이 치료받는 것을 목표로 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노력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민간의료보험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석균 실장은 “한-미 에프티에이에 따르면 보험회사들은 이러한 시장 축소를 정부의 ‘간접수용’으로 간주해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부는 민간의료보험의 시장지분에 대해 막대한 규모의 손해배상을 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투자자-정부 제소제에 의한 소송의 위협만으로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은 위축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얘기다.


아울러 고위험군 고객의 보험가입을 거절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등으로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높지만, 한-미 에프티에이가 발효되면 이런 문제를 규제를 통해 해소하기가 어려워진다. 한-미 에프티에이는 금융서비스 협정에서 민간보험상품을 포괄적 허용(네거티브 리스트 방식) 대상으로 정해 규제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보건이나 환경 관련 내용은 미래유보 조항으로 제외되어 있으므로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이재영 의장은 “이는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이라며 “협정에 의해 민간의료 보험에 대한 규제를 사실상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우석균 실장도 투자자의 국가제소 우려로, 민간보험보다 한결 싼 공적 자동차 보험을 도입하려다 포기한 캐나다 뉴브런즈윅주를 예로 들며 “미국이 맺은 다른 모든 자유무역협정에서도 이런 규정은 존재하지만 보건이나 사회보장, 환경에 대한 사회정책적 문제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것은 동일한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모든 사회보험과 사회정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최규엽 소장은 또 영리병원 허용과 관련해 “경제자유구역 내의 의료부문 제도변화를 에프티에이 조항으로 명문화함으로써 한-미 에프티에이가 무효화되지 않는 이상 이를 되돌릴 수 없는 제도로 강제했다”고 지적했다. 즉 치료비가 비싸고 돈 되는 환자만 선택적으로 받는 영리병원이 경제자유구역이 늘어남에 따라 같이 늘어나, 건강보험 당연지정-비영리병원 제도를 뿌리로 한 현 의료제도를 허물고 1국 2의료제도를 고착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 클릭하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재협상안 반대 한목소리 홍영표 의원은 지난해 타결된 재협상안은 “연평도 사태 와중에 일방적으로 국익을 미국에 양보한 굴욕협상”이자 “국회에 제대로 보고조차 하지 않은 밀실협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협상안을 폐기한 뒤 2007년 체결한 원안을 비준하거나, 투자자-국가 소송 등 독소조항을 포함해 전면적으로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그동안 제기된 독소조항들을 해결하거나 이익의 균형을 실현했다기보다는, 추가적인 독소조항을 도입하고 이익의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노항래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적 동의 없이 (잠정합의안을) 임의로 수정하고 굴욕적 재협상을 추진”했다며 재협상안을 비준하는 것은 “향후 한국 정부의 통상협상 전반에 신뢰의 위기를 자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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