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카드 도로 집어넣어
동반성장 논쟁선 밀리고
정치적 미숙함만 부각돼
동반성장 논쟁선 밀리고
정치적 미숙함만 부각돼
‘복귀의 변’은 다소 궁색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동반성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확인했고,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접했다”고 했다. 청와대에 ‘아주 긴 사표’를 보내며 거듭 ‘답변’을 요구했던 결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정운찬(사진) 동반성장위원장이 28일 사퇴 뜻을 전격 철회했다. 지난 19일 언론에 사퇴 뜻을 밝힌 지 열흘 만이다. 정 위원장은 이날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동반성장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저를 둘러싼 거취 논란이 있었지만, 동반성장이 본궤도에 들어가기 위한 진통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위원들이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준다면 초심을 잃지 않고 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 차례 받았다”고 답했다. 그의 한 측근은 “어제 오후까지만 해도 (복귀 가능성이) 반반이었다. 오후 늦게 청와대 쪽에서 연락이 왔고, 위원장직을 계속 맡아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돌아온 그는 상처투성이다. 초과이익공유제 논란에서 시작된 ‘사퇴 파동’을 거치며, 그의 정치적 미숙함,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정 위원장이 이건희 삼성 회장,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등과 논쟁할 때 이목이 집중됐지만, 그는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첨예한 이슈를 풀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대신, 불쑥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고, 청와대에 ‘답변’을 내놓으라며 공을 넘겼다가 슬그머니 돌아온 모양새다. 이런 처신에 대해 ‘응석’, ‘오락가락 전문가’ 등의 비판이 쏟아졌고, 그의 멘토인 김종인 전 의원이 “일단 본인이 사퇴한다는 의사를 발표했으면 그것으로 마감하는 게 옳다”고 조언했을 정도였다.
이날 전격 복귀에 대해서도 주체적인 의지가 드러나기보다는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귀영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 위원장이 처음으로 자신의 담론(초과이익공유제)을 내세웠지만,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오히려 적만 만들었다”며 “특히 대통령 앞에서 항상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역설적으로 나타냈다”고 말했다.
반면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정 위원장이 동반성장에 대한 의지와 개혁성을 보여줬고, 대통령의 신임도 확인하는 등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신정아 파문’에 대해서는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공개 해명했다.
글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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