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오 특임장관실 직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주장하며 공개한 특임장관실 수첩 속 내용. 수첩 오른쪽 윗부분에 ‘특임장관실’이란 마크가 찍혀 있고 김해을 선거와 관련한 다양한 내용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국민참여당 제공
김해서 발견된 ‘특임장관실 수첩’
장관실 “6500부 기념품 배포”
장관실 “6500부 기념품 배포”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대한 각종 동향 정보를 담고 있는 특임장관실 수첩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 22일 국민참여당이 공개한 수첩을 보면, 특임장관실 직원의 것으로 추정할 만한 정황이 적지 않다.
우선, 수첩에 이름이 적혀 있는 ㅇ씨, ㅈ씨 등 2명 모두 현재 특임장관실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수첩에 나오는 휴대전화 번호의 주인도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특임장관실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가로 8.5㎝, 세로 16.3㎝ 크기의 파란색 수첩에는 김해을 선거전과 관련한 각 정당과 후보들의 동향, 지역별 유권자 민심 등이 12쪽에 걸쳐 꼼꼼히 기록돼 있다. 특히 첫 페이지에 ‘Tip’이란 제목 아래 “(1)여론(후보 평가를 듣는다) (2)택시를 여러대 탄다 (3)중간보고 (4)자동차 대리점/꽃가게/문방구/학생들 (5)특이한 소문/김해 아줌마 스킨십→니도 부닥친나? (6)지역 찌라시 (7)정확한 민심 파악” 등 활동에 필요한 ‘지침’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각 당 동향에 대한 기록도 눈에 띈다. “민주, ‘열심히 도와봐야 얻을 것 없어’”, “오차범위까지 따라잡았다(한)”라고 적었다. “다 따라잡은 척(지지층 독려)”이라는 작성자 본인의 평가로 보이는 대목도 있다. “이 후보 역할 못함”, “김 후보 인물론 먹혀들어가” 등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에 유리하고, 이봉수 참여당 후보 쪽엔 부정적인 내용도 담겨 있다.
바닥민심도 꼼꼼히 살폈다. 김해을 지역을 장유면, 내외동, 기타지역 등으로 나눈 뒤 성별, 연령별 유권자 접촉 내용을 기록했다. ‘율하 갑오주공’ 지역 부분을 보면, “○○○헤어, 30대 미용사(남) 양비론”, “택시, 남, 50대, ①”, “에스프레소 전문점, ⑧, 남 20대, 여 20대”라고 적었다. ①은 김 후보, ⑧은 이 후보의 선거기호다. “당락의 변수는 투표율”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메모의 양이나, 작성자의 이동 동선으로 보이는 부분에 여관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며칠 동안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선거 중립의무 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런 내용을 담은 특임장관실 수첩까지 발견되면서 특임장관실의 선거 개입을 둘러싼 논란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지난 20일 자신이 주도한 친이계 모임을 ‘재보선 승리를 위한 작전회의’라고 하는 등 선거에 적극 관여해왔다.
특임장관실은 이날 해명 자료를 통해 “특임장관실 수첩은 기념품으로 9000부가량이 제작돼, 그동안 내방객 및 행사 참석자, 새해 선물 등으로 6500부가량 배포됐다”며 “특임장관실 수첩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임장관실 직원의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수첩에 이름이 나온 ㅈ씨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재오 장관 특강 행사 준비차 지난 20일 전후로 창원, 포항 등지에 출장을 간 일이 있지만, 김해에는 간 적 없다. 내 수첩 아니다”라고 말했다.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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