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27일 저녁 경남 김해시 장유면 이봉수 후보 사무실에서 선거 개표 상황을 지켜보며 아쉬워하고 있다. 김해/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김해을 대역전패로 대선행보에도 부담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27일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패배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참여당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내세웠지만, ‘노무현의 고향’을 한나라당에 내줬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이날 김해시 장유면 이봉수 참여당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다 밤 10시30분께 1000표 이상 차이가 벌어지자 아무 말 없이 선거사무소를 떠났다. 그는 밤 12시30분 트위터에 “정말 고맙습니다. 너무나 죄송합니다. 제가 큰 죄를 지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유 대표가 입은 상처는 깊어 보인다. 원내에 진입해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야권연대 협상에서 발언권을 높이려던 계획이 상당부분 차질을 빚게 됐다. 참여당 핵심 관계자는 “참여당의 존립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다른 관계자는 “민주당으로부터 통합하자는 거센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선주자로서의 행보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 성남 분당을에서 당선되면서 유 대표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본인이 후보로 나선 것은 아니지만, 이번 패배는 민주당과의 경선에서 이기고 본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졌던 지난해 6·2 지방선거 경기지사 선거를 떠오르게 한다. 유 대표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외연 확대 불가론’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친노 그룹 분열에 대한 책임론에도 직면할으로 보인다.
김해을의 선거 결과는 야권에는 뜻밖의 대역전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김해을 지역은 최철국 전 민주당 의원이 재선을 하는 등 야당세가 강한 곳이다. 참여당에선 “민주당과의 경선에서 이겼을 때 51%는 당선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야권연대 협상 과정에서 봉하재단 김경수 사무국장이 불출마하며 친노 그룹이 갈라지고, 참여당과 민주당이 서로 “내가 친노 적자”라고 다투는 모습을 보인 것이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가 유시민 대 한나라당 구도로 진행되면서 이봉수 참여당 후보가 화려한 이력을 가진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에 견줘 주목받지 못한 것도 패인으로 보인다. 김 후보의 인물론이 먹히면서, ‘노무현’을 앞세운 참여당의 전략이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승부는 장유면에서 갈렸다. 시골 지역에서 취약했던 이 후보 쪽은 김해을 전체 유권자의 39.8%(8만3891명)를 차지하는데다 30~40대 유권자가 60%를 넘어선 이곳을 집중 공략했으나 장유면에서도 김 후보가 이김으로써 김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이지은, 창원/최상원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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