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를 하러 나온 서울 여의도의 직장인들. 한겨레21 정용일
복지·교육 등 생활정치 민감
트위터 등으로 적극적 소통
내년 총선·대선 주요 변수로
트위터 등으로 적극적 소통
내년 총선·대선 주요 변수로
MB국정에 반대표 던진 ‘넥타이·하이힐 부대’
30·40대가 돌아왔다. ‘넥타이·하이힐 부대’로 불리는 이들 세대의 귀환은 4·27 재보궐선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이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재보선 투표율을 보면 꿈틀거리는 30·40대의 표심이 선명하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 3곳의 시간대별 투표율을 보면, 오전 7~9시, 낮 12~2시, 오후 6~8시 투표율이 전체의 절반 안팎을 차지했다. 세곳의 평균 투표율이 역대 최고(43.5%)를 기록한 것은 젊은 직장인들이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에 집중적으로 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플러스 임상렬 대표는 “50대 이상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고정적인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젊은층의 투표 참여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강남’이라는 성남 분당을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승리한 것은 30·40대가 주도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갤럽이 이 지역에서 사전 여론조사를 벌여 28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손 대표는 30대에서 83.9%, 40대에서 58.5%의 지지를 얻었다. 한국갤럽 김재민 연구원은 “손 대표는 여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 40대에서 격차를 벌린 것”이라며 “40대를 경계로 한 ‘고여저야’ 현상(고령층은 여당, 젊은층은 야당 지지)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30·40대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 움직임은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부터 감지됐다. 당시 50대와 60대의 투표율은 4년 전 지방선거 때보다 각각 4.1%포인트, 1.6%포인트씩 떨어졌지만, 30대는 오히려 4%포인트 넘게 증가했고 40대는 0.4%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물가고, 전세난 등을 겪으며 증폭된 국정에 대한 실망감과 반감이 이들 세대의 귀환을 촉진했다고 분석했다. 김미현 동서리서치 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은 “젊은층은 사회정의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잣대를 갖고 있는데, 저축은행 불법인출 사건, 불법 선거운동 등이 이들을 더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오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486세대’의 특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40대는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했던 세대로, 일반적으로 40대에 들어서면서 보수 성향을 띠는 것과 달리, 민주주의 가치나 복지에 관심이 많고 권위주의에 대한 반감이 크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 국정운영 방식은 40대가 주머니에 넣어둔 민주주의 가치, 소통의 가치를 다시 꺼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그런 점에서 이번 재보선은 예고편이다. 30~40대의 적극적 참여 열기는 앞으로 계속될 것 같다. 내년 총선에도 정권 심판의 의미가 부여된다면 이런 분위기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30·40대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주요 사안에 대한 의견 교환 도구로 적극 활용하면서 높은 투표 참여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는 “이들의 투표 흐름은 야당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기보다 반여당적 성격을 지닌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있지만, 그것이 바로 야당표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철희 민주당 전략기획부위원장은 “(정치권은) 교육, 주거 등 30·40대의 관심사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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