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환 의원 “미 보고서에 정일권 총리가 ‘제초제’ 승인”
68년 신문엔 “살초제 요청” 보도…국방부 “기록 없다”
68년 신문엔 “살초제 요청” 보도…국방부 “기록 없다”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사용하고 남은 고엽제가 박정희 정권의 요청으로 국내에 반입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세환 의원은 14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고엽제 매몰 의혹이 있는 경북 칠곡의 캠프 캐럴을 방문했을 때 존슨 주한미군사령관이 ‘(고엽제는) 한국 정부가 요청해 반입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 근거로 국방부가 제출한 미국의 ‘초목통제계획 최종보고서’와 당시 언론 보도 내용 등을 공개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1967년 주한미군사령부는 미 국무부를 통해 한국 정부와 ‘제초제’ 사용을 협의했으며, 그해 9월 정일권 국무총리가 제초제 사용을 승인했다. 보고서에는 한국 정부의 승인 뒤 68년 3월20일 미국으로부터 제초 장비와 물자가 도착했고, 그해 4~5월, 이듬해인 69년 5~7월 두 차례에 걸쳐 비무장지대에서 살포작전이 실시됐다고 적혀 있다.
보고서에는 제초제라고 돼 있으나, 국방부가 공개한 <육군 화학병과 35년사>에 “68년에 비무장지대 일대 살포작전을 위해 미측으로부터 에이전트 오렌지 370드럼, 에이전트 블루 625드럼, 모뉴론 7800드럼을 지원받았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고엽제로 보인다. 국방부도 당시 두 차례 살포작전에서 에이전트 오렌지, 에이전트 블루, 모뉴론이 뿌려졌다고 밝혔다.
또 68년 1월11일 <중앙일보> 3면, 다음날 <조선일보> 1면 보도를 보면, “국방부는 휴전선 전역을 초토화하기로 결정, 필요한 살초제 4만5000갤런을 유엔군사령부에 요청했다”고 돼 있다. 장 의원은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당시 한국과 미국의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미군이 베트남에서 쓰고 남은 고엽제를 박정희 정권의 요청으로 한국에 들여온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밝힌 당시 고엽제 살포량은 총 51만7480갤런으로, 이는 박정희 정권이 요청한 것보다 11.5배나 많은 양이다. 두 차례 살포작전에는 한국 병사 3만여명이 투입됐으며, 살포 면적은 8414만㎡에 이른다.
장 의원은 “박정희 정권이 맹독성 고엽제라는 것을 알고도 이를 반입했는지, 무상으로 지원받은 것인지 등을 밝혀야 한다”며 국회에 ‘고엽제 국내 반입 진상조사 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국방부는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사용하고 남은 고엽제를 국내에 반입했다는 기록은 없고, 당시 언론보도를 뒷받침할 만한 정부·군 차원의 공식 기록은 없다”며 “다만 미국 초목통제계획 보고서 등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한-미 양국간 고엽제 사용 필요성에 대한 공동 인식과 상호 합의하에 살포작전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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