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58) 전 국세청장
한상률 공판서 주정업체 대표가 밝혀…검찰 ‘뇌물성 자문료’ 강조
국세청장이 퇴임 뒤에도 수년 동안 주류·주정(술 원료) 업체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정황이 한상률(58) 전 국세청장의 공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원범) 심리로 열린 한 전 청장의 첫 공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진술조서 등을 종합하면, 한 전 청장에게 ‘대가 없이’ 수천만원의 자문료를 건넨 ㅍ주정업체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국세청장은 퇴임 뒤 3년까지는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자문료를) 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한 전 청장이 검찰 수사를 피해 외국에 나가 있는 상황임에도 자문료를 건넨 이유에 대해선 “(국내에 있는) 같이 일한 직원의 영향력은 여전히 있기 때문에 (실제 아무런 고문 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자문료를 줬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이 주정업체에서 받은 자문료가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국세청 소비세과 구아무개 과장은 주정업체 3곳에서 수천만원의 자문료를 받아 한 전 청장에게 건넸는데, 주정업체의 생산·판매량을 결정하는 등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소비세과에서 자문료를 요구한 점에 비춰, 뇌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한 전 청장의 변호인은 “과거 (국세청은) 관행적으로 고문계약을 주선해 줬던 것으로 보인다”며 “진술조서에서도 관례였다고 언급돼 있다”고 반박했고, 검찰은 “지금까지 업무 연관성을 밝히지 못해 기소하지 못한 부분을 반성하고 있다. 앞으로 모두 밝혀내 기소하도록 하겠다”고 맞섰다.
앞서 한 전 청장은 인사청탁 명목으로 1200만원짜리 그림을 전군표(57·가석방중) 전 국세청장에게 상납하고(뇌물공여), 퇴임 뒤 국세청 간부를 통해 주정업체 3곳에서 69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아 챙긴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 등)로 지난 4월 불구속 기소됐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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