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있지만… 대표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운데)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최고위원들을 만나기 위해 대표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woo@hani.co.kr
발칵 뒤집힌 민주당
승계 1순위 정동영 “단합을”
비대위·조기전대로 갈수도
승계 1순위 정동영 “단합을”
비대위·조기전대로 갈수도
손학규 대표의 거취를 놓고 4일 민주당은 온종일 어수선했다. 손 대표는 오전 9시40분께 정장선 사무총장과 김동철 비서실장 등 주요 당직자들을 국회 의원회관 방으로 불러 대표직 사퇴 뜻을 꺼냈다. 만류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손 대표는 11시30분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도 마찬가지 뜻을 밝혔다. 손 대표는 이어 오후 2시30분에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 고문과 중진의원들이 오후 2시부터 국회 의원회관 방으로 몰려와 사퇴 철회를 요구하면서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손 대표는 경선을 이틀 앞둔 지난 주말에 ‘패할 경우 물러난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대표가 지난 주말에 대표직을 사퇴할 경우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당헌·당규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며 “지난주부터 사석에서 ‘투표 결과에 대표직을 걸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손 대표는 경선 결과가 나온 3일 밤 박선숙 전략홍보본부장 등 주요 당직자들에게 사퇴 뜻을 비쳤다고 한다. 손 대표가 5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반대가 거셀 경우 사퇴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일단 사퇴의 뜻을 밝힘으로써 경선 결과에 대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퇴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손 대표를 독대하고 돌아온 이용섭 대변인은 4일 오후 “(손 대표가 사퇴 여부에 대해) 좀더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면서도 “손 대표는 백의종군 자세로 박원순 후보의 승리를 위해 맨 앞에서 몸바쳐 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의종군의 자세는 사퇴를 의미한다.
손 대표의 사퇴가 최종 확정되면, 당헌상으로는 지난해 10·3 전당대회의 차순위 득표자인 정동영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게 된다. 그러나 최고위원들이 동반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서울시장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장충체육관에 몰려든 시민들의 모습을 민주당이 직시해야 한다”며 “당이 어렵게 됐지만, 내부 책임론으로 빠지면 안 되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부가 총사퇴하면, 민주당은 김진표 원내대표가 임시 당 대표를 맡는 방안 등 비상대책기구 체제로 운영되거나 조기 전당대회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대선주자는 차기 대선 1년 전인 12월18일 이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12월 전당대회가 예상됐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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