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내곡동 이명박 대통령 사저 터 구입 현황
배정액 다 쓰고 2억8천 추가계약…시형씨에 특혜의혹
건물값 포함 때는 시형씨, 공시지가보다 싼 ‘헐값 매입’
건물값 포함 때는 시형씨, 공시지가보다 싼 ‘헐값 매입’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33)씨가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땅과 경호시설 부지를 공동으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예산 전용 등의 방법으로 시형씨에게 특혜를 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호처는 땅값 일부로 지급한 2억8천만원을 경호장비시설 예산에서 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급 한정식집으로 사용됐던 사저 터의 건물(왼쪽 사진)을 매입 비용에서 제외하는 방법으로 시형씨의 매입가를 낮춰줬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 경호장비시설 예산에서 전용된 2억8천만원 미스터리 내곡동 땅 매매 계약서를 보면, 사저와 경호시설 부지 9필지에 대한 계약은 모두 4차례로 나누어 이뤄졌다. 먼저, 시형씨가 5월13일 사저 땅 2필지를 계약하고, 그린벨트인 나머지 1필지는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뒤 사기로 약정했다. 이후 6월15일 3필지 계약이 완료됐다.
경호처는 5월25일 사저 땅 3필지(시형씨와 공동지분)와 경호부지 5필지를 40억원에 계약했다. 이때 나머지 경호부지(30-9 필지)를 2억8천만원에 추가 매입하도록 계약 조건을 달았다. 이후 경호처는 30-9 필지를 잔금 지급 등 모든 거래가 완료되는 6월20일에 사들인다. 전체적으로 보면 시형씨가 농협과 친척한테 대출을 받아 먼저 땅을 산 뒤, 경호처가 나머지 땅을 두 차례에 나뉘어 샀다.
시형씨가 계약을 두 차례 나눠 한 것은 행정 절차 때문이지만, 경호처가 30-9 필지를 별도로 구입한 것은 석연치 않다. 뭔가 애로사항이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청와대는 애초 30-9 필지에 대해서만 보안시설이라며 지번도 밝히지 않았었다. ‘열쇠’는 청와대가 30-9 필지에 대한 대금 2억8천만원을 경호처 경호장비시설 예산에서 전용해 지급한 데서 찾을 수 있다. 국회가 지난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혹시 돈이 모자랄 경우 예비비 30억원을 쓸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도, 청와대는 굳이 다른 예산을 전용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예비비에서 지출하면 용처를 쉽게 알 수 있지만, 부처 예산을 전용할 경우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이번에 논란이 되지 않았다면 누가 이런 사실을 알아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 사저 터 건물의 가격은? 사저가 들어설 20-17 필지에 있던 한정식집의 공시지가는 4억6800만원이다. 이를 포함할 경우 시형씨는 공시지가보다도 싸게 ‘헐값 매입’을 한 셈이 된다. 청와대는 “시가로 따졌을 때는 가치가 없는 건물”이라며 주택 가치를 0원으로 처리하면서, 시형씨가 공시지가보다 1.3배 비싸게 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 없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이 한정식집이 계약 뒤 철거되기 전 사진을 공개하며 “이처럼 호화로운 건물이 한 푼 값어치도 없단 말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이 건물은 2004년 1월 1층에서 2층으로 증축했다”며 “사용가치가 충분한 건물이므로 당연히 매매가격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애초 주인이 식당 영업권을 포기한 대가까지 땅값에 포함됐을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뒤 사저가 들어설 예정인 서울 내곡동 터에 있던 한정식집 ‘수양’의 철거 전 모습.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3일 현안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이 건물이 31년 된 폐허 같은 건물로 공시지가가 제로(0)였다’고 해명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이처럼 호화로운 건물이 한 푼 값어치도 없단 말인가?”라고 밝혔다. 수양한정식 누리집 갈무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