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오른쪽)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민주·민노당 생각 달라질수도”
김동철 외통위 간사 타협 시사
“미국의 덩달이 나라 아니다”
손학규대표는 재재협상안 강조
김동철 외통위 간사 타협 시사
“미국의 덩달이 나라 아니다”
손학규대표는 재재협상안 강조
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여 다른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안을 현재대로 밀어붙인다면 민주당은 몸으로 막을수밖에 없지만, 한나라당이 진정성 있게 나타난다면 얼마든지 타협이 가능하다”며 “한나라당이 타협안을 수정해서 제시하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은 민주노동당 등 다른 정당과 정체성이 다르지만, 한나라당과 대결하는 과정에서 연대하는 것”이라며 “현재는 한나라당에 대한 생각이 같기 때문에 연대가 되고 있지만, 사안이 진전되면 될수록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이 통상절차법 제정, 무역조정지원제도 수정 등 민주당의 ‘10+2’ 가운데 ‘2’를 수용할 경우, 민주당이 비준안 처리에 동의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의원은 “만약 민주노동당 등이 민주당 주장에 동의해주지 않으면 그때는 결단을 내려야 할지도 모르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설득의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손학규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반면,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이 비준했다고 해서, 우리가 덩달아 빨리 비준해야 할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는 덩달이 나라가 아니다”라며 “정부·여당은 민주당의 ‘10+2’ 재재협상안의 내용을 적극 수용해서 반영하고 국회와 협의하라. 한미 에프티에이에 대한 민주당의 결의는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당의 진심이 뭐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신창현 부대변인은 “독소조항을 제거하지 않는 한-미에프티에이 통과는 있을 수 없다”며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타협할 생각부터 하지 말고 당론을 지키겠다는 원칙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특히 민주당이 미국 비준을 핑계 삼아 야권·시민사회와의 약속을 깨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신 부대변인은 “민주당은 우군인 민주노동당을 설득할 게 아니라, 비준안을 강행처리하려는 한나라당을 설득할 궁리부터 하라”고 말했다.
한편,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 회담에서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안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황영철 한나라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요구하는 선결조건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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